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에 나오는 강아지들은 견주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복을 타고 났다’는 부러움을 받으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웰시코기 종 강아지인 ‘대, 중, 소(강아지 세 마리 이름)’의 인기에 힘입어 이 종의 강아지 가격까지 올랐다고 한다. 견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활하는 강아지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하얀 포메리언 종의 강아지가 앙증맞게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예쁘다.
최근 ‘개밥 주는 남자’를 시청했다. 너무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을 보았는데도 프로그램 시작부터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필자의 정서가 유난스러운 것일까. ‘대, 중, 소’의 예쁜 일상을 보면서, 동시에 수많은 유기견들의 비참한 모습과 강아지 번식장의 처참한 모습까지 오버랩됐다.
다른 시청자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다. 필자와 함께 같은 방송을 시청한 딸에게 물었더니 “연예인 육아프로 때문에 연예인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겹도록 봐왔는데 이제는 연예인들이 키우는 강아지냐”며 다소 모진 답이 돌아왔다. 또 “보통의 반려동물들과 (생활환경 면에서) 너무 격차가 커 화가 난다”고도 했다.
동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대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려동물 1천만 시대가 동물에 대한 관심을 대변해주고 있다. SBS ‘TV 동물농장’은 대표적인 반려동물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2001년 첫 회를 시작으로 거의 10% 대의 꾸준한 시청률 속에서 15년 넘게 사랑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동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 동물 학대의 실상을 알려 동물에 대한 책임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데 앞장서왔기 때문일 것이다. ‘TV 동물농장’은 고통 받는 많은 동물을 구출하면서 ‘동물보호 캠페인’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수가 많아지면서 염려와 비판도 적지 않다. TV 반려동물 프로그램의 급증이 유기동물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예인들의 반려동물 프로그램 속의 사랑스런 이미지 때문에 책임감이나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너무 쉽게 구입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결국 유기동물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나 방치 또한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연예인 애견 프로그램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연예인들의 반려견 예능프로가 곱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서울시는 10월부터 동물복지 지침을 시행한다고 한다. “동물이 인간과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제대로 존중받고 보호받을 때 우리 사회의 생명에 대한 인식 수준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라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 깊게 와 닿는다.
김정순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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