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의 산업화

현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의 하나로 삼고 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문화융성의 핵심은 문화가 지니고 있는 기능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여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의 가시적 성과를 거론하며 예술의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과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예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초예술이라는 한정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예술창작물의 제품화와 이를 통한 수익창출의 선순환을 통해서 예술산업을 육성하고, 예술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인력을 양성하고 투자를 유치해서 예술상품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을 활성화하되 예술 고유의 속성은 유지하게 해서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정책적 발상이다. 아름다운 꿈이 담겨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예술의 산업화란 그 자체로 모순된 어법이다. 예술의 순수성과 독립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유통·자본화의 대상으로 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 기초예술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자. 연극, 무용, 미술, 음악 등 기초예술 분야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기본적인 생계와 인간적인 품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예술을 소비하는 시장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속성상 앞으로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없지만, 기초예술 분야의 인력은 여전히 대학에서 양산되니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있다. 예술대학을 졸업하면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거나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산업화라는 구조는 승자독식의 시장 경쟁을 의미한다. 그러니 산업의 가시적 성과와 열매는 예술이나 예술가가 아닌 정치와 자본에게 돌아갈 것이다. 개인의 정체성과 자유로운 표현에 기초한 다양한 예술적 가치 훼손의 가속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효율과 성과라는 기준에 밀려 기초예술의 공공성은 외면당하고 후진국 형으로 대접받고 있다.

 

현대문명은 지금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 소외, 공동체의 붕괴,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 양극화 현상 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예술은 늘 그래왔듯이 문제를 제기하고 감시하면서 인간 정신의 고양과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만약 예술마저 산업화라는 물결에 휩쓸리게 된다면 예술의 기능과 존재 가치는 의미를 잃게 된다.

 

산업화의 좋은 사례로 언급되는 분야는 대부분 대중예술이며 이를 움직이는 큰 힘은 자본이다. 돈이 되는 곳에는 이미 자본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 논리가 적용되어 잘 돌아가고 있는데 정부 개입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이다.

 

예술을 둘러싼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혁명은 예술에 대한 환상도 무너뜨렸다. 예술이 인간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지금 필요한 정책의 고민은 때 이른 예술의 산업화보다 기초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 삶의 여건과 일상의 예술시장을 확장하는 것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아트기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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