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2년째 지켜오는 문화가 한 가지 있다.
때는 아들이 사춘기로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들 하는 짓은 다 하고 다니는 아들 덕에 아내와 대화하면서 내린 결론은 ‘멘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아들의 멘토를 찾아주기 위해 함께 집 근처에서 열린 세미나를 찾았다. 강연자는 동기 부여를 잘하기로 소문난 한 대학의 총장님이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기대와 달리, 아들은 강의 두 시간 내내 다리만 떨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보며 화가 꿈틀꿈틀 올라오는 것을 겨우 눌러야 했다. 세미나를 마친 후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오늘 뭐가 기억에 남니?”
그러자 중2 아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부모가 바뀌어야 자식이 바뀐대”
순간 화도 났지만 나를 뒤돌아보게 됐다.
‘그래도 다른 집보다는 잘 웃고 화내지 않고,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우리 집에는 ‘90도 인사하기’ 문화가 생겼다. 출입문을 드나들 때 사람이 있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90도로 인사한 후 눈을 마주쳐야 한다. 이 문화를 지켜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처음 한 달은 참 힘들었다. 보던 신문을 접고 일어선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고, 아내는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인사한다는 것이 힘들었단다. 다행히 지금 아들은 인사를 아주 잘하는 고1이 되었다.
두 달이 지났을 때쯤 아내가 아들에게 물었다.
“인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무엇이 느껴지니?”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학교 갈 때마다 공허함이 느껴졌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꽉 찬 기분이랄까!”
아들의 이 말에 우리는 깨닫는 것이 많았다. 인간은 누구나 뻥 뚫린 가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열었던 웃음치료 세미나에 한 사모님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남편과 아들 모두 굴지의 의대를 졸업한 의사라고 했다. 단, 남편이 S대를 나온 것과 달리 아들이 Y대를 나온 것이 그녀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빈곤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이 사라지면 아무리 넓은 평수의 집에 살아도 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진 것에 상관없이 풍요의식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욕심을 버리려면 생각이 단순해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웃음’이란 도구를 사용한다. 한 번 웃고 나면 있는 모습 그대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단지 실컷 웃고 나면 털어버릴 힘이 생기고,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할 뿐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는 ‘지금의 내 마음 상태가 상쾌(快)하고 만족(足)스럽다’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의 삶이 유쾌하고 만족스럽다면 이미 행복한 인생’이라는 뜻일게다.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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