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지방재정제도 개편은 자치시대 역행 改惡”

“국가는 국가의, 지방은 지방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수원시 발전을 위한 각종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은 국가와 지방의 책무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국가와 지방의 역할 분리를 강조한 이 원장은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두고 “지방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부의 권력지향적인 태도”라며 “각종 오류가 담긴 정부의 재정개편을 막아 지방자치를 꽃피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취임해 어느덧 수원시정연구원의 수장으로 5개월 가까운 시간을 보낸 이 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수원시정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A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수원의 발전을 위해 각종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기초자치단체 연구원인데, 수원시민의 뜻을 모아 설립·운영되는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가 120만명에 육박해 다양한 도시문제를 안게 된 대도시 수원을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도시로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2013년 수원시 조례로 출범했으며 손혁재 초대원장에 이어 올해부터 2대 원장으로 취임해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전문 연구위원과 그 외 위촉 연구위원 등을 포함, 총 60여명의 연구원이 수원시정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모든 연구 과정은 시뿐만 아니라 시의회,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논의하는 과정으로 이뤄지면서 수원의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기관이다.

 

Q 그동안 추진해 온 성과는

A 연구원은 연평균 40~50편 정도의 보고서를 집필해 수원의 중장기적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환경, 도시교통, 복지, 행정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원시의 다양한 기본계획이 만들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시정에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원시가 자랑하는 시민기획단이다. 이는 주민참여제도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수원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연구원이 시민기획단 추진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이뤄냈다. 현재 이 제도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주민참여제도의 모범사례로도 수록돼 있을 만큼 정부의 인정도 받고 있다. 

또 생태교통페스티벌을 진행할 당시에도 연구원 도시교통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Q 최근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이 논란인데

A 지난 4월22일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개편안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내세운 취지에서부터 상충하는 부분이 드러난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개편안의 목적에 대해 ‘지방재정의 책임성 제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곧이어 행정자치부는 앞서 기재부의 재정 책임성은 온데간데없고 ‘재정 형평성과 건전성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책임성을 강화하려면 자율성을 주는 것이 옳다. 자율성이 있어야 훗날 어떠한 행동에 대한 책임성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재부의 말대로라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은 지방자치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율성마저 빼앗아 가는 역설적 행위로 볼 수 있다.

 

형평성과 건전성을 내세운 행자부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기도내 불교부단체는 재정 건전성 수치가 낮지 않다. 오히려 지난 5년 동안 성남 6천500만원, 수원 3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채무를 갚아오는 등 재정책임성을 다 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부실과 심각한 누수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은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 오히려 지방재정 운영이 건실해지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형평성과 건전성으로 지방재정을 옥죄려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Q 그렇다면, 지방재정제도 개편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논란이 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각 시군에서 걷어서 도에 냈던 도세의 일부를 나눠주는 조정교부금제도에 대한 배분방식 문제다. 이는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는 사항이라 국무회의에서 즉시 시행이 가능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치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현재 각 시군이 거둬들이는 법인지방소득세다. 시군이 각자 사용하던 세금의 50%를 앞으로는 도가 가져가 공동세로 전환, 타 시군과 나눠갖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조정교부금제도 배분방식만 조정해도 수원은 연간 800억~900억의 세입이 줄어든다. 현재 수원시 1년 예산은 1조8천억원 가량인데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하고 시장이 선택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1천2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최대 900억이 사라진다면 가용재원은 불과 몇백만원에 남지 않게 된다. 120만명이 사는 대형 도시에서 연간 가용재원이 이토록 적다는 것은 즉 시민이 원하는 시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는 이렇게 되면 광역시 제도에 대해 시민들은 엄청난 불만을 품게 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예를 들어 울산광역시는 광역시가 아닌 수원시보다 인구가 1만여명이 적음에도 광역시라는 이유로 연간 예산과 공무원 수가 모두 수원의 2배가 넘는다. 

이런 사정에 인구는 훨씬 많은데 지방재정 형평성 등의 이유로 예산도 뺏기고, 서비스 수준도 떨어지는 도시에 살라고 하면 어떤 시민이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정부는 절대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교부단체와 불교부단체에 정부의 주장대로 새로운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을 적용하면 순위역전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4년 수원시의 재정자립도는 50%인데 여기에 조정교부금을 받으면 70%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타 시군에 세금을 나눠주면 재정자립도는 65%로 하락한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20%도 되지 않는 가평ㆍ연천군은 조정교부금과 보통교부세까지 받아 재정자립도가 수원시보다 높은 72%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타 시군을 도와주겠다며 오히려 재정상태가 역전되는 것을 수원시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상당수 학자가 순위역전 효과의 우려에 대해 논문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Q 시정연구원장이기에 앞서 관련 전문가로서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A 지방재정개편을 둘러싼 현 상황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가 처해있는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부가 매우 중앙집권적이고 편향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이론적으로도 각종 실증적 자료를 보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역할과 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모두 다르다. 외국의 지방자치를 분석해보면 보완성의 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우선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행정서비스는 원칙적으로 기초지자체의 몫이다. 

예를 들면 청소, 범죄예방, 교통관리 등의 업무인데 시민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니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지자체가 보완해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원시와 화성시 등 간의 지자체에 걸쳐있는 문제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위의 광역지자체가 보완해주는 것이다. 

경기도가 31개 시·군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할 수 있다. 또 광역 단위에서 생긴 문제는 국가가 보완해 해결해야 한다. 국가는 큰 틀에서 외교, 경제, 국방,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초지자체는 가장 별볼일없는 기능을 도맡고 중요한 기능은 모두 국가가 가진 형태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개편처럼 지방의 자율성을 무시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늦지 않았다. 이번 일이 공론화된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이제라도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해야 하고, 지방은 지방의 역할을 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이 있다면

A 지금처럼 비대해진, 경직화된 중앙권력으로는 절대 21세기에 사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메르스가 발생하자마자 복지 전반을 통제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보를 각 지방에 공개하기보다는 역으로 지방을 통제하기 바빴다.

서울시장이 나서 긴급기자회견을 할 때까지도 정부는 어느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는지 알리지 않았다. 지방과의 논의 등은 고려하지 않는 독선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행동이었다. 결국 메르스는 수십명의 환자를 사망하게 했으며 수만명은 물론 전 국민을 고통에 처하게 했다.

 

즉 국가의 비상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제시한 것은 자치단체장이었다. 수원시 역시 시의 체계적인 경기도립의료원 의료체계 관리 등으로 단 한 명의 추가 환자도 발생하지 않게 만들었다. 시민의 안전은 대통령도 보건복지부장관도 아닌 시장들이 지킨 것이다.

 

나라의 큰일은 정부가 해야 하지만 시민들의 삶에 직결된 일은 지방이 가장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다. 지방재정개편 사태처럼 정부가 통제하기에만 급급하다면 대한민국은 시민의 안전 없는 불행한 21세기가 될 수밖에 없다.

PROFILE

△1949년 1월18일 출생 
△청주고 
△성균관대 경제학 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재정금융학 석박사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도쿄(동경)대학 객원연구원 
△미 텍사스주립대 교환교수 
△한국재정학회 회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수원시정연구원 원장 

 

대담=이명관 사회부 차장

정리=한진경 기자

사진=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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