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가는 예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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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만큼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아니 가장 뛰어난 프랑스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야는 예술교육이다.

 

프랑스의 경우 예술교육은 학교와 다양한 예술관련협회 소속의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협력은 단순한 네트워킹 수준이 아니라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장르를 초월하는 커리큘럼 개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은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진행되며 그 결과는 탄탄한 열매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의 예술교육은 어떠한가? 다행히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교육계와 예술계의 시각이 확대되었지만 그 실행 방식은 처음부터 잘못되었고 지금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학교 현장의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예술강사 사업은 예술계의 전문 인력을 학교에 파견해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2000년 국악강사풀제를 시초로 하여 2002년 연극분야, 2004년 영화분야, 2005년 무용과 만화분야, 2010년 공예와 디자인 그리고 사진분야로 확대 시행했다. 그 결과 작년의 경우 8천여개가 넘는 학교에서 3천여명에 가까운 예술강사들이 활동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시끄러운 소식뿐이다.

프랑스와 같은 예술교육을 추구하면서도 정부는 성과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예술강사 양성이라는 선결 과제를 뒤로 미룬 채 일단 현장의 예술가를 파견하는 형식을 선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 사업이 현장의 어려운 예술가들의 수입을 보조해주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혁신적인 예술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지 그 방향을 모호하게 했다. 그런데 이 모호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강사 신분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말았다.

교육계는 교육계대로 예술계는 예술계대로 이미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교육계와 예술계가 예상하고 지적해 온 것은 무엇인가? 바로 예술강사 양성 시스템이다. 현장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전파하는 예술강사가 아니라 앞마당까지 달려가는 용인문화재단의 예술강사들처럼,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아닌 새로운 커리큘럼에 의해 습득한 객관적 시스템을 교육하는 방식이 프랑스가 추구하는 예술교육인 것이다.

 

‘예술강사 양성은 현장의 예술가에게는 온전한 직업으로의 전환 기회를, 취업자리가 없어서 고민하는 예술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새로운 직업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수월성을 목표로 하는 현장 예술 경험 전파가 아닌 삶 속의 예술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과 그 커리큘럼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된 새로운 개념의 예술강사 양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필자는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예술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취업 특강 시간을 통해 본 현재의 모습은 참으로 암울했다. 알다시피 예술전공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술계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다고 그저 예술대학의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혼란스러운 학교예술강사 제도를 권유하고 있을 뿐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정도 세월이 흘렀다면, 지금 예술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예술계 현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학교에서 그동안 배운 예술교육전문가의 길을 갈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할텐데.

 

김혁수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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