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일과후 여가시간에 학교 찾아 학생들과 수업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
“오빠, 형 같아 너무 좋아요, 진로 문제 등 사춘기 때 겪는 여러 가지 고민을 격이 없이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를 할 때면 정말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같아요.”
사교육을 받을 곳도, 사교육을 받을만한 여건도 안된 전방부대 마을 학생들에겐 오빠와 형 같은 장병이 좋은 청량제가 되고 있다.
포천 이동중학교(교장 이재영) 인근에 513항공대와 5공병여단이 주둔해 있다. 소음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받는다는 민원으로 일부 대립각도 있지만, 장병이 일과 후 한가한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등 마을 민심을 추스르고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장병 한 두 명씩 학교를 찾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야학을 진행해 왔다. 당시에는 단순히 학습 효과를 올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이 교장이 부임한 2103년 4월께부터 좀 더 체계적이고 정례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인근 부대에 학생을 멘토할 수 있는 장병을 더 요청했고, 각 부대장은 흔쾌히 허락해 지금은 20여 명의 학생에게 8명의 장병이 멘토로 붙어 있다. 장병 한 명당 2~3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강의 위주 학습이 아닌 일대일 과외 같은 친근함을 높여주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은 지루해하지 않으면서도 쑥쑥 오른 성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을 얻고 있다.
아버지가 군인인 석채원군(15·중학교 2학년)은 “알기 쉽게 가르치고, 언제든 궁금하면 물어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고, 김선의림양(15·여·중학교 2학년)은 “오빠같이 친근하고, 편안해서 학습 효과가 올라 엄마, 아빠가 무척 좋아한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멘토 역할을 하는 장병의 반응도 다양했다. 한국외대 영어학과에 재학 중인 류현수 상병(공병여단)은 “학습지도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최의진 일병(항공대)은 “도심지역에 비해 교육격차가 큰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꿈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대대 박민수 상병(중앙대 전자공학부 재학)은 “저보다 형이 먼저 화천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이런 멘토에 보람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학생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들의 거는 기대도 커 뿌듯하다”고 보람을 나눴다.
항공대대장 김문규 중령은 “장병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마을 학생을 찾아 자원봉사하는 것을 보면서 군과 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작은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학교나 마을에서 고급인력인 장병을 원한다면 언제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인근 부대에서 버스도 지원해주고, 학생에게 장학금도 전달하는 등 마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주고 있다”며 “마을이 낙후됐다고 교육의 질까지 떨어지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장병이 이렇게 나서주니 정말 감사하고, 이 전통이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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