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터… 소음에 마을이 죽어 간다

이길연 포천시군관련범시민대책위원장

▲ 이길연 위원장이 군관련 피해상황을 설명하고있다,
▲ 이길연 위원장이 군관련 피해상황을 설명하고있다,

“63년 동안 전쟁터도 아닌데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포천시군관련범시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길연 위원장(59)의 첫 일성이다.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미군 사격장)으로 인한 마을 주민의 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밤낮없이 들리는 포성, 저공비행하는 헬기 소리로 말미암아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주민, 귀가 멍해져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주민 등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정부에 대해 이제는 투쟁만이 후손을 위해 할 일이라며 257일째 이어가는 사격장 앞 1인 시위는 이제 하루일과처럼 돼버렸다.

이길연 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그동안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상황은.

영평사격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마을은 영중면을 비롯해 3개 면에 걸쳐 있다. 포를 쏘는 옥평사격장 근처에 있는 오가1리 마을은 소음으로 어미 소가 유산하고, 마을 위로 포탄이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또 포탄이 떨어지는 영평사격장 너머의 야미리 마을은 도비탄으로 인해 집이 파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밤중에 헬기에서 쏘아대는 기관총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저공비행하는 헬기로 인한 엄청난 바람은 마당에 널어놓은 곡식마저 날려 버리고, 이것뿐이 아니다. 골짜기에서는 폭파 훈련까지 한다. 이게 사람이 살 곳인가, 전쟁터지.

 

-사격장이 들어서면서 입은 또 다른 피해는.

주변이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 한다. 또 주변에 관광자원이 풍부한데도 개발할 수가 없다. 심지어 사격장 주변에 선사시대 유적지가 버젓이 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치해 놓고 있다. 사격장 소음으로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상가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지쳐서 하나둘씩 떠난다.

 

-최근 정부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데.

지난달 25일 8사단에서 열린 ‘영평사격장 안전대책 및 질의’에 국방부, 육군본부, 8사단, 미 2사단, 미 8군, 5군단 등 정부와 군 관련자 모두 참석했다. 이렇게 다양한 정부 인사가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그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가 관심을 보이며 단기적, 중·장기적 대책안을 가지고 이른 시일 내 다시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또 관심을 보이는 척하고 우리를 속이는 거다. 이제는 누구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격장은 필수라는 것을 잘 알기에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다. 정부도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를 벌레 보듯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온몸을 던져 끝까지 투쟁하겠다. 정부가 끝내 우리를 외면한다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군관련범대위에는 외부 세력이 전혀 없다는데.

처음부터 피해자인 포천시민으로만 구성해 집회문화를 바꿔보자고 했고 그것을 지켜가고 있다. 물론, 여러 진보단체가 도와주겠다고 제안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자칫 알맹이 없는 투쟁의 장이 될까 우려해서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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