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찬 양평문화원장, 감성 메마른 지역에 문화 단비… 군민에 감동 선사

60년 가까이 양평과 동고동락 지역문화원 건립에 10억 쾌척
필하모닉 창단… 클래식 선물 지역주민 문화갈증 해소 올인

“양평군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적 혜택에 비해 환경이 열악함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군민’이야말로 저에게 가장 빛나는 보물로서 문화 비타민을 듬뿍 충전해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만들겠습니다”

 

장재찬 양평문화원장(84)은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향민인 장 원장이 지난 1957년 산골 오지마을이었던 양평지역에 터를 내린 것은 운명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그해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 후 연세대 의대 공중보건의를 수료한 엘리트, 장 원장은 양평군 옥천면 공중보건의로 부임하면서 양평과 동고동락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발자취는 누구보다 선명했다. 양평라이온스클럽회장, 재향군의회장, 양평신협이사장, 양평새마을회장, 양평군의회의장 등 수많은 역할을 맡아 지역을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향유에 목말라하는 지역주민의 갈증을 해갈하는 것에 올인해야겠다고 다짐한 장 원장은 불가능한 꿈을 꿨고, 드디어 꿈은 이루어졌다.

 

바로 경제적 가치논리에 짓눌려 36년 동안 문화원 건물조차 없던 불모지 양평에서 10억원을 쾌척해 문화원의 초석을 쌓은 것이다. 독립된 건물 한 채를 번듯이 짓는 데 사비를 아낌없이 내놓은 장 원장의 모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모두의 마음에 울림을 남겼다.

 

“내가 가진 것은 나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느님의 소유를 잠시 빌려 관리만 잘하다 되돌려 드리면 것이 진정한 부(富)”라는 말에 장 원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후 문화원의 행보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2012년 그는 전국 228개 문화원 중 유일하게 양평군민을 위한 ‘양평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농어촌도시인 양평에 문화적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시립교향악단으로서 품격을 갖춘 양평 필하모닉은 안두현씨를 상임 지휘자로 초빙, 음악명문인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출신으로 모스크바 챔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봉을 맡겼다. 이로써 양평문화원 호송홀은 매월 1차례씩 양평필의 클래식 공연을 단돈 5천원에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장 원장은 “양평군민이 값비싼 공연 문화를 즐기기에는 경제적·지리적 어려움이 있지만, 한계를 극복하고 받는 보상이야말로 벅찬 감동”이라며 “양평군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바로 감동을 선사하는 것으로 알고 여생을 기꺼이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양평문화원은 개원이래 시민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전통요리, 서예, 한자, 사진, 전통혼례, 풍물, 수채화, 드럼 등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10만 양평군민의 문화의 중심에 있는 장 원장은 365일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양평=한일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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