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TV건강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들이 서로 상반된 의료정보를 제공할 때 시청자들은 어떤 의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또 특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중병 완치 사례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다 보니 폐해가 뒤따른다. 시청자들은 해당 식품을 먹어야 할지, 먹지 말아야 할지, 정말 혼란스럽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짜 백수오’ 사건이나 어성초ㆍ하수오 관련 의학적 효능 논란 등 일련의 굵직한 사건들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건강프로그램과 쇼닥터들의 과잉 해설이 빚은 산물이요, 그들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쇼닥터란 방송에 빈번하게 출연해 근거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일부 의사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쇼닥터 폐해가 점차 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3월 ‘쇼닥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엔 건강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던 쇼닥터들이 홈쇼핑 방송까지 진출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의사의 입’이 극단적인 상업행위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 TV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의사나 한의사 등 의료인들이 직접 특정 건강제품 홈쇼핑 판매 행위는 ‘고도의 소비자 현혹’처럼 보인다. 소비자들은 해당 의사의 해박한 의료지식과 인지도 때문에 해당 건강제품을 적극적으로 신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건강기능식품 정책방향 및 규제개선’ 내용을 보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데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건강식품 관련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정부가 백수오 사건의 원인을 ‘TV홈쇼핑과 쇼닥터가 조장한 소비자 오인’ 이라고 분석해 관심을 끈다. 또한 건강식품 관련 허위ㆍ과대광고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1천만 원 이내 포상금을 지급하며, 연구ㆍ개발 방법을 지나치게 많이 표기하는 경우도 단속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 20인 이상이면 해당 업체의 제품에 대한 수거·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고 한다. 이 같은 규제에 힘입어 TV 방송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오인 유도하는 쇼닥터의 무대도 제한을 받게 된다면 시청자 혼란도 그만큼 줄 것이다.
이미 저널리즘의 많은 연구 결과, 건강 관련 토론이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건강에 대한 상식과 개념 형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넘쳐나는 건강프로그램 대신 건전하고 다양한 시사교양프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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