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야당으로, 공천 칼질에서 비례대표 자천까지, 야당에서 금기시했던 광주에서의 햇볕정책, 개성공단 언급 등 거침이 없었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속이 후련했었다. 패거리가 판을 치는 정치 한복판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70대 ‘노인’의 그 당당함이란-.
며칠 전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가 아침방송에 나와 70대 기수론을 들먹이며 다음 대선에 김종인 대표가 출마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듣고 공감하면서 헛웃음을 웃었었다.
정치 지도자에게 나이가 크게 중요한가?
요즘 우리 정치판은 젊음이 대세인 모양이다. 5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한때(71년 대선) 40대 기수론이 있었다.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이 ‘노인’들을 모두 뒷방으로 몰아넣더니 자신들은 ‘더 노인’ 때까지 정치판을 흔들었다.
이번 20대 총선 결과 연령별 당선자 수는 50대가 161명(약 5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60대(81명), 40대(50명), 70대(5명), 30대(2명), 20대(1명) 순이었다.
정당별 평균 연령도 새누리 당이 56.5세, 국민의 당(56.2세), 더 민주(54.2세), 정의당(52.3세) 순이다. 4·13 총선이 끝나자 새누리 당이나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50대들이 당의 주축 세력과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 당에서도 54세의 안철수 대표가 목에 힘을 주고 있다. 50대가 대세인 건 맞다. 지천명(知天命)이니 본격적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앞장서 일해야 할 게다.
세계는 지금 21세기 이전의 방식으로는 답을 찾지 못한단다. 적어도 백 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았던 것들이 2~30년도 안 돼 소멸되는 세상이란다. 그래서 굼뜬 노인네들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60대가 나서는 것도 뭣한데 70대가 설쳐대는 대권 지형도를 보면서 정치권은 정말 꼴불견이란다.
외국에서도 40대가 국가 정상에 오르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47세에 대선에서 승리했고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도 40대에 총리에 당선됐고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올해 42세다.
그런데 70대 기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 당 공동창당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77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71세이고 더불어 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76세이다.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72세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측으로부터 러브콜 받았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한국나이 70세. 이들의 경륜이 젊은 사람들과 견줄 바겠느냐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선 19대 총선 때 없었던 70대 당선자가 5명이나 배출됐다. 최고령 당선자는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와 강길부 당선자(무소속)가 74세, 8선 고지에 오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73세이다.
미국 대선에서도 70대가 40~50대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2017년 1월 20일 취임하면 힐러리(취임식 때 69세3개월)는 로널드 레이건(69세11개월) 이후 역대 두 번째 최고령 대통령이 되고, 트럼프(70세7개월)가 되면 레이건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령 대통령에 오른다.
공자는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고 했다. 40세(불혹)가 돼서야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50세(지천명)에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것이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니 세상 이치를 알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면 정치 지도자의 나이가 무슨 문제인가?
송수남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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