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축하하며 많고 많은 책 중에 하필이면 어린왕자를 건넨 선생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열정 가득하고 순수했던 대학 시절의 그 마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살아가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문득 그 책이 생각나 서재에서 찾아 바라보니 옛 추억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책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인에게 어린왕자가 사랑받았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권력과 물질, 명예만을 좇는 부끄러운 현대인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고, 어린왕자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찾게끔 하는 메시지가 가슴을 울렸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는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훈련을 받은 것을 계기로 행동적인 인생을 개척하고자 1926년부터는 위험이 뒤따르는 초기 우편비행 사업에 가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하여 활동했으나,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P38 라이트닝(P38 Lightning) 비행기를 타고 정찰비행 중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어린왕자>의 출발은 생텍쥐페리가 조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야간비행> 등의 책을 출판하여 그 원고료로 첫 비행기인 코드롱 시문(Caudron Simoun)을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1935년 프랑스 항공청에서는 비행기들의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해 장거리 비행 대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파리-사이공 구간의 장거리 비행대회에 코드롱 시문기를 몰고 생텍쥐페리가 참가한다.
그러나 사고로 알렉산드리아 남부에 비상착륙을 하게 되고 리비아 사막에서 4일 동안 길을 잃고 헤매다 가까스로 구출되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어린왕자>이다.
작은 별인 소행성 B612에서 장미와 함께 살고 있던 어린왕자는 7개의 별을 여행하며,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등 다양한 부류의 어른들을 만난다. 그 별의 어른들을 통해 생텍쥐페리는 오만, 군림, 위선, 허무주의, 물질만능, 인간성 상실과 같은 현대사회의 병폐를 따끔하게 꼬집어 낸다. 이 과정에서 어린왕자의 순수하고 희망적이며 사랑이 가득한 영혼은 대비되어 부각되며, 읽는 독자 스스로를 더 깊이 반성하고 깨닫게 이끌어 준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며 5월 2일부터 9월 18일까지 ‘2016 어린왕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텍쥐페리재단 전속 작가인 아르노 나자르 아가(Arnaud Nazare-Aga)의 조각 작품과 생텍쥐페리 드로잉, 유품, 비행기 등을 통해 생텍쥐페리의 삶과 어린왕자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시를 보고 또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어린이들은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과 같은 꿈을 가슴에 심고, 어른들은 이기적인 욕망의 세계를 극복하며 잊고 살아온 순수한 마음을 찾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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