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경기도 공립박물관들은 지속가능경제의 핵심자산

공립박물관은 애물단지인가? 흔히 공립박물관의 운영이 엉망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는 실소한다. 

공립박물관은 만들게 되는 가장 흔한 동기는 정치인들의 선심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공립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은 돈이 한두 푼이 드는 일이 아니다. 전곡선사박물관만 해도 건립하고 개관하는데 거의 5백억 원이 들었다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돈 한푼 벌지 못하는 기관을 세우는데 그렇게도 많은 돈을 들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매년 운영비로 수십억의 돈을 쓴다고?’라는 생각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박물관 정책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의회에서도 이따금씩 지방의 공립박물관들에 대해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등장한다. 공립박물관들이 잘못되는 경우는 원천적으로 정치가나 행정당국이 지역사회의 상징이나 문화창달을 한다는 구호아래 선심용으로 박물관을 일회용 이벤트로 건물을 지어놓고 문만 열면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묘지 앞의 비석이 아니다. 그 속에서 박물관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또는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느끼고 터득하도록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

만들기만 하고 아무런 학예전문가도 고용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공립박물관이 아직도 많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어 대중에게 전달할 학예전문가들이 필요하고 운영비가 있어야 대중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것을 무시한 탓이다.

 

세계 유수한 나라들의 박물관들은 대체로 공립기관이다. 정부가 지역사회의 문화기반으로서 그리고 고용창출의 수단으로서 설립하고 운용하고 있다. 

지금 프랑스정부가 수교1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에 공격적으로 세일즈하는 것이 바로 박물관과 그들의 문화이다. 한편, 한류로서 말춤이나 한류 드라마 등이 외국에서 인기를 끄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한국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또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한국적 사고, 즉 한국문화는 그 원형이 바로 우리의 박물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살리고 박물관을 죽인다고 말한다면 결국 장차 우리 문화만이 아니라 소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지난 두 해 동안 세월호의 불행한 사건과 메르스 사태 동안 문화소비가 줄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박물관이나 문화기반의 활용이 가져오는 소비진작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일 년 수출한 것보다도 더 큰 수입을 벌어들였다고 하는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는 바로 스필버그 감독의 박물관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다.

 

박물관이 돈을 쓰기만 한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차세대들이 부지런히 박물관을 방문하여 문화적인 경험을 통해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공공박물관체제를 만들 수는 없는가? 이 같은 질문조차 없어진 시대여야만 우리는 앞으로 스필버그 뿐 만 아니라 머스크나 잡스 같은 세계적인 창의적 인간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공립박물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체질 개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확고하게 밀어주는 문화정치가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휴식과 창의적인 배움의 보금자리로서 박물관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부러워하였던 중동산유국들이 공통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바로 서비스업이고 그 핵심이 바로 박물관산업이다. 세계적인 루브르박물관이나 구겐하임박물관도 사와서 전세계의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만들어 가는 국가경제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왜 우리는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어서 공립박물관을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도록 만들기는 켜녕 골치덩어리라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 유네스코도 이미 지속가능발전사회건설을 위한 핵심과제로 문화를 선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국제박물관협회 한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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