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도시에 대한 권리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개발이익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는 부동산투기 자본의 움직임에 의해 지금껏 견인되어 온 것처럼, ‘자본’이라는 것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내고 또 기존의 도시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게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룰로 작용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는 바로 ‘자본’이 잉여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에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 아시안게임주경기장 건립 등과 같은, 흔히 ‘도시개발’로 불리는 도시공간의 대규모 재편 프로젝트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지역사회는 물론 나라 전체에서 떠돌고 있는 잉여가치를 개발을 위한 자본으로 흡수하여 이를 통해 또 추가적인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강남의 타워펠리스나 송도의 더샵퍼스트월드 같은 초고층 호화 아파트에 주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는 소비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상품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으로 그것을 선택하고 또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며, 그러한 경제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본’에 의해 이 도시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칼 맑스는 그의 저서 ‘자본’에서 생산수단을 지배하는 소수의 자본가가 본인의 생계를 위해 노동력을 팔 수 밖에 없는 다수의 공장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를 밝혀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계급관계는 ‘공장’에서 ‘도시’로도 확장되고 있다. 즉 대규모 도시개발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일부 집단과 개발된 도시 인프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는 다수의 도시노동자가 대립하는, 그런 또 다른 차원의 계급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에 의거해서 생각해보면, 흔히 ‘도시개발’로 불리는 프로젝트는 오로지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며, 또 이 프로젝트로 인해 도시인구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신성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철저하게 침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도시의 1%에 불과한 집단들이 배타적으로 또는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 즉 도시를 뜯어고치거나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집단적인 권리를 99%의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민주적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고유의 폭력적행보에 대해 제동을 가하는 변혁적인 시민대응이기도 하다.

 

외젠 오스만의 프랑스 파리 대개조 사업은 파리 코뮌의 전투적인 대응을 낳았고, 로버트 모제스가 추진한 미국 주요 도시의 교외화 전략은 제인 제이콥스가 이끄는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운동을 불러일으켰다. 즉 ‘자본’이 지자체와 합작하여 도시개조를 명분으로 금융정책을 동원하여 방대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이에 대한 저항운동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역사로서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도시에 대한 권리’를 위해 싸워나가는 데 있어 활용 가능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도시란,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운동체적 공간’이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대규모 도시개발은 어떠한가? 천혜의 자연공간이자 여러 어민들이 공동으로 삶의 터전으로 여겨 온 아름다운 갯벌이었지 않았나? 그러한 도시 ‘공공재’의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토지매각을 통한 개발계획은 각종 편법과 특혜 남발로 국내외 ‘자본’의 배를 불리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고 또 이는 토지의 매각 및 이용 방법과 조세감면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그런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가난한 사람들은 새롭게 개발된 도시 인프라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1%의 ‘성장연합’에 의해 99%의 시민들이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인천에 파리코뮌과 제인 제이콥스의 저항운동보다 더 치열하고 격렬한 ‘도시에 대한 권리’ 되찾기 운동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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