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작가들의 창작과 원고료

주점 ‘은성’은 6·25 한국전쟁 당시 모더니즘의 시인 박인환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과 암울한 현실을 시와 술을 방패 삼아 견디려고 거의 매일 이곳을 찾곤 하였다. 

그렇다고 수중에 돈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자연 외상술값만 늘어났다. 주인 역시 굳이 돈을 내라고 독촉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외상술값이 자그마치 500만 원이나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제안을 했다. 외상술값 대신 시나 한 편 써달라고. 박인환은 그 자리에서 시를 써 주었다. 그 시가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되는 저 유명한 <세월이 가면>이다.

 

시인 황지우는 대학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리고 수배자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날 도피 중에 신문사 휴게실 테이블에서 시를 5분 만에 써야 했다.

수중에 돈이 떨어져 원고료가 급했던 때문이었다. 그의 대표시면서 명시가 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쾅거린다…’

 

원고료는 작가의 창작에 대한 보상 내지는 정신노동에 대한 대가라고 봐야 옳다. 고뇌 끝에 완성한 영혼의 산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자 예우 차원의 반대급부인 셈이다. 그런데 이게 오랫동안 그 뜻과는 너무도 멀고, 기준도 있으나 마나가 되어 말이 원고료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게 한국 문단의 현실이 되었다.

 

현재 각종 문예지를 비롯해 잡지에서 작가에게 지급하는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당 5천 원에서 1만 원인 것으로 안다. 그만큼 들쭉날쭉한 게 원고료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 문예지나 잡지의 경우이지 원고료 대신 정기 구독료로 정산을 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원고료 대신 현물을 주는 곳은 그래도 작가를 예우하는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문학단체라 할 수 있는 한국문인협회가 회원에게 지급하는 원고료의 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시) 등단 10년 이내 작가: 5만 원. 11년~40년 작가: 6만 원. 40년 이상 작가: 7만 원.

(소설) 등단 10년 이내 작가: 30만 원. 11년~40년 작가: 40만 원. 40년 이상 작가: 50만 원. (수필) 등단 10년 이하 작가: 5만 원. 11년~40년 작가: 6만 원. 40년 이상 작가: 7만 원. 동화) 등단 10년 이하 작가: 7만 원. 11년~40년 작가: 9만 원. 40년 이상 작가: 12만원.(이상 편당 원고료)

 

이런 실정이니 극히 일부의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직종에 매달리며 살고 있다. 물론 작가를 지원해 주는 정부산하 기관이 있긴 하나 이의 혜택을 받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원받는 액수도 말이 지원금이지 성에 차지 않는다.

 

더욱이 걱정스러운 것은 날로 악화되는 출판시장이라 하겠다. 책을 읽지 않는 비독서 인구의 증가는 작가의 창작의욕까지 꺾고 있어 한국문학의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노벨문학상 발표철이 되면 왜 우리는 그 대열에 이름을 못 올리느냐고 분개만 할 게 아니라 한국문단의 이런 형편부터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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