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부담 해소위해… 전국 첫 ‘민간투자사업 해지’ 용단

황은성 안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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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또 어떤게 시민을 위한 길인지를 고심 끝에 결정한 것입니다” 막대한 하수처리시설 설치 및 시민들의 과중한 하수도료 인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안성시 행정 처음으로 500억 원 지방채 발행이라는 초강수를 내놓은 황은성 시장의 첫마디다.

 

지난 2004년, 안성시는 낮은 하수도 보급률을 해소하고자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전 지역을 대상으로 BTO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안성시의 하수도 보급률은 39.6%로 전국 75.8%에 비해 턱없이 낮아 지역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이에 시는 개발 수요를 충당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국비 포함 1천734억 원을 들여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수도 보급을 실행하는 BTO 사업을 추진했다. BTO 사업으로 지역 하수도 보급률은 크게 상승했지만 문제는 매년 170억 원에 달하는 민간투자 원금 상환이었다.

 

시 재정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이 때문에 황은성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는 시의회의 곱지않은 시선까지 감내해야 했다. 결국 황 시장은 오는 2018년까지 379% 하수도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시민들에게 돌아갈 막대한 부담을 막기위해 두팔을 걷었다.

 

바로 BTO 사업의 ‘해지’라는 초 강공수를 놓은 것이다. 황은성 시장을 만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재정 절감액과 하수시설 운영, 시민에게 전가될 하수도료 인상 폭 등을 들어봤다.

 

Q 해지 사유가 무엇인가.
A 우선 20만 시민에게 행정을 믿고 신뢰해 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항간에 떠도는 500억 원의 지방채 발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자사업 문제점은 민간투자금에 대한 고율의 이자다. 무려 8.3%에 달하는 고정이자로 부당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과다산정된 운영관리비는 재정위탁비 보다 2배나 높았고, 2004년부터 물가상승분 반영으로 사용료는 점점 쌓였다. 

결국, 민간투자금 465억 원에 대한 고이율과 상환에 따른 시 재정은 20년 간 매년 17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만큼 시민 가계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될 판이다. 이를 막고자 안성시 행정은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전국 처음으로 해지하게 됐다.

Q 민투사업을 시민의 부담을 주는 사업으로 단정한 것인가.
A 그렇다. 소극적인 행정은 시민 가계를 부담시키면서 생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개선과 혁신없이는 불가능했다. 민투사업 해지로 이자는 고정 이율 8.3%에서 2.5%로 낮췄고 20년 절감예상액이 무려 445억 원에 달한다.

 

또 정상적 운영관리비는 현재 기준 물가상승분이 반영되면서 20년 동안 절감 예상액이 약 700억원이다. 민투사업 해지로 말미암은 하수처리장 분산관리도 통합운영으로 변경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시민이 부담할 하수도료를 상당 부분 절감시켜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산 절감 산정에 돌입한 상태다.

Q 민자사업은 왜 추진했었나.
A 안성시는 전형적인 도ㆍ농 복합도시다. 2004년 시는 수도권 남단 개발수요 증가 원인으로 하수시설 설치가 현안 과제로 대두됐다. 당시 안성시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수시설 보급 저조로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제약을 받았다. 한마디로 하수도 보급 문제가 지역발전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2005년부터 지방양여금 폐지가 예정되면서 4대 강 사업에 밀려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의 민자사업 확대에 맞춰 안성시는 우선적 국비지원을 위해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 정부지원금 75%, 민투 25% 투입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안성시는 하수도보급률이 39.6%에서 78.1%로 대폭상승하고 안성도심권은 물론 공도읍과 원곡면 하수기반시설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Q 보급률을 높인 하수도시설에 대한 부정적 문제는 없었나.
A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바로 하수도 시설에 대한 요금 현실화가 시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2014년 하수도료 현실화는 사용량 단가가 ㎥당 220원에서 지난해 610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인상은 현재 보류하고 있는 상태지만, 내년 인상예정은 870원, 2018년 1천40원으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자사업을 계속할 경우 결국 하수도료 ㎥ 인상은 2만800원(379%)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하수시설 설치로 시민의 삶의 질은 향상되었지만, 사용료로 말미암은 생계와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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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 시설 민간투자사업 해지 합의서 체결식
Q 그동안 어떻게 대처했는가.

A 2014년 하수시설이 준공되면서 민간투자사업 원금 상환으로 하수도료 폭탄 인상이 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언론보도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시는 민자사업에 대한 문제점 파악에 나섰고 부당한 사례를 몇 가지 발견했다.

 

시는 하수도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민자사업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수도료 인상(안)을 취소 또는 보류했다. 시는 지난해 4월 하수발전협의회를 발족하고 5차에 걸친 회의와 민자사업 개선 T/F 팀을 구성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4~5월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면서 BTO 사업 위주 재정건전성을 감사하는 등 회계사, 변호사를 두기도 했다. 당시 협의회는 법인세 등 3건을 적발, 109억 원을 삭감하기로 확정하면서 사업자 측과 협상은 물론 상호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행정은 모두 16건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5건만 수용하고 11건은 불수용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시는 결국, 사업자 측의 종합적인 사유를 들어 중도해지 협상을 제안하고 사업자 측의 해지의견 결과에 따라 해지를 결정했다.

Q 해지 이후 남은 과제는 무엇이며 예산절감은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시는 업체 측과 계약 해지 약정서를 체결한 상태이며, 전반적인 사업 업무와 운영 등 인계인수, 추가협상 조건이행, 해지금 지급 등을 6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는 20년간 하수 사용료로 2천400억 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을 해지하고 시 재정사업으로 운영할 경우 1천300억 원 정도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즉, 500억 원 지방채 발행은 민투자금 원금을 상환하면 이자와 운영비 절감으로 모두 1천100억 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성시가 500억 원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되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향후 20년간 이자 차액 절감만 무려 445억 원이다.

더 정확한 절감액을 분석하고 현재 보류 중인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며 그 혜택은 모두 시민에게 돌아간다.

Q 시민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A 파격적인 정부지원과 맞물려 BTO 사업을 불가피하게 선택했다. 이번 BTO 사업해지결정은 오로지 시민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또한, 어떠한 필요사항이 있다면 어떠한 용단이라도 내릴 것이다. BTO 사업의 방만한 경영에 경종을 울리고 지방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민자사업 개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전국 처음으로 해지를 이끌어낸 관련 공직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과도하게 책정된 민자사업의 이윤비율을 바로잡고 민자사업을 개선하려는 안성시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행정을 믿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BTO 해지로 말미암은 재정절감액과 하수도 특별회계 결산 결과를 토대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하수도 요금에 대한 전반을 조정하겠다. 

안성=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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