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낳는 아기는 두뇌 용적이 작아져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인류가 7백 만년 동안 지속적으로 두뇌를 키워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 이렇듯 번성을 해오고 있는데 뇌가 작아지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진화하여 오는 동안에 지구환경의 변화가 엄청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인간의 이기심이 생태계가 가지고 있던 생물의 공존체계를 무너뜨려 많은 생물들이 살 곳을 잃어간다는 점에서 이것도 어쩌면 환경의 역습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환경이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지구환경의 몇 안 되는 무기가 바로 모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 북극의 구석기사람들이 맘모스를 사냥한 흔적이 있는 고고학유적을 보기 위해서 시베리아의 북쪽 끝에 있는 러시아의 사하공화국의 작은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 바로 엄청난 모기떼가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공격을 해대는 것이다. 맨살이 드러난 나의 얼굴과 머리통 주위로 구름같이 모기가 몰려들어서 얼굴, 목 심지어 머리털 속을 온통 두드러기 환자같이 만들었다.
북극으로 향할 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그 툰드라의 동토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또한 나같이 아둔하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없다면 이놈들이 무엇을 먹고 살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이 가는 곳은 어디든지 가는 놈들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모기의 환경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에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모기가 매개하는 말라리아 전염병은 걸리게 되면 빠른 속도로 사람의 적혈구를 파괴하여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질병의 하나이다. 말라리아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서 디디티를 사용하였지만 모기는 스스로 변종을 만들어서 적응하면서 아직도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방지역에 말라리아 모기를 조심하라고 하여 ‘열대도 아닌데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의 북극여행에서 절감한 것이 ‘말라리아 모기의 강인함은 인간문화의 강인함을 초월하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중의 하나가 바로 낫모양적혈구를 만드는 열성유전인자이다. 도넛 모양으로 유선형으로 만들어져야할 적혈구를 낫처럼 삐쭉삐쭉한 모양으로 만들어내는데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급기야는 적혈구가 모세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혈관을 파열시킴으로서 결국 열을 내면서 죽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대부분의 열대 아열대 지역에서는 이 치명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말라리아에 강한 절대적으로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적인 산물인 디디티가 박멸하지 못한 말라리아 모기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은 몸(유전자)의 구조를 바꾸어 적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이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지구환경을 보존하지 않으면 우리는 엉뚱하게 진화하거나 절멸하게 될 것이라고.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국제박문관협회 한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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