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별 헤는 밤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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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지는 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은하계에만 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의 별이 수십억 인구 가운데 하나인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별과 내가 서로 마주 본다는 것, 이것은 현대의 소시민들에게는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라고 탄복한 시인의 노래가 귓전을 울린다.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은 우리들의 가장 큰 놀이터였다. 

수많은 별을 쳐다보면서 상상의 놀이를 하였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읊었던 그 시절이 있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려 고개를 든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아스라이 멀어진 우리 현대 도시민들에게 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문득 밤하늘의 별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와, 노래, 세상살이 속에는 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무척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 별과 함께한 우리 추억을 떠올려보자. 김광섭은 ‘저녁에’라는 시에서 “저렇게 많은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라고 했다.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고 별을 읊었다. 이성선 시인은 ‘사랑하는 별 하나’에서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라고 했다.

별을 소재로 한 노래도 많다. 윤향기는 ‘별이 빛나는 밤’에서 “너와 내가 맹세하던 말 사랑한다는 그 말은 별빛 따라 흘렀네.”라고 노래했고,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라는 한때 유행했던 음료수 CM송 광고와 김환기의 그림, 영화 ‘라디오스타’ 도 떠오른다. 이렇듯 별은 우리 삶과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했다. 바쁜 현대인으로 살아가면서 실제로 하늘의 별을 쳐다볼 여유는 가지지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삶 속에서 별을 노래하고 별을 찾았고 또 별을 추억했다.

 

경기도박물관은 올 봄 어린왕자 특별전(5월2일-8월30일)을 준비하고 있다. 생텍쥐페리(1900-1944)의 소설 ‘어린왕자’ 속에서 별은 글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 소재이다. 

어린왕자가 온 곳이 바로 별이며, 어린왕자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 어른들에게 삶의 교훈을 주는 이야기 속에도 별이 있다. 소설 속 화자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 중 갑자기 고장이 나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비행기를 고치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쳐다보며 외로움과 싸우다 별에서 온 어린왕자를 만나 나눈 이야기 책이 바로 ‘어린왕자’다. 화자는 어린왕자를 만나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별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준비하는 어린왕자 특별전시에서는 현대 프랑스 조각가 아르노를 통해 재구성된 어린왕자 주요 장면의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는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과 같은 꿈을 심어주려 하고, 어른들에게는 이기적 욕망(오만, 군림, 위선, 허무주의, 물질만능, 인간성 상실)의 세계를 극복하면서 잃어버린 별을 찾아주고 싶다.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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