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이방인으로서 닫힌 사회를 들여다보는 신비로움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바깥 세상 희구에 대한 연민, 또 한편으로는 거대한 제국의 역사에 대한 애수와 잔잔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용이 웅크리고 있는 미래를 보아온 것이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서 우리 사회에도 이란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지구촌에서 소외된 별종 국가는 북한만이 외롭게 남은 것 같다. 이란이라고 하면 그동안 그 이미지가 이슬람 율법의 엄격함 그리고 그동안 알려진 공격적인 이미지로 인하여 우리에게는 조금은 무서운 나라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수년전 여행을 같이 갔던 여류사업가는 만일 테러라도 당하는 경우를 위하여 딸에게 유서를 써놓고 왔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란은 아마도 가장 친절하고 평화스러운 나라의 하나일 것이고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 있지만 우리와 문화적으로 대단히 깊은 공감대가 있는 가까운 나라이다.
페르시아의 후예로서 아마도 가장 극적인 역사를 남긴 민족일 것이고 우리가 깜짝 놀랄 역사도 있다. 세계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한 민족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제국의 건설자인 사이러스왕은 2500년 전에 바빌론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킨 놀랍고도 놀라운 종교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늘날 이스라엘과의 극한적인 대립에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뒷 언저리에서 융합을 통해서 문명의 새로운 면모를 창조한 이란은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는 잠자는 사막의 사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란 혁명이후 거의 40년 동안의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견뎌낸 것을 보면 그 저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란은 우리에게 멀지만 가까운 이웃이다. 한류의 영향을 가장 잘 받고 있는 국가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놀라울 일은 이란의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신라이야기다. 이란의 지도에 한쪽 끝에 이란을 표시하고 다른 끝에는 신라를 표기한 고지도가 있다.
그리고 이란의 왕자가 신라 공주와 결혼하였다는 전설은 유라시아 대륙판 러브 스토리다. 그렇지만 단순히 전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은 경주의 신라왕의 고분에서 나오는 페르시아 산 유리그릇이 말해주고 있다.
이란은 고대에도 그랬지만 그들이 정말 어렵게 지내온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우리의 감성적인 우방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의 경험에서 보아도 이란인들이 우리 문화를 너무도 좋아한다. 그동안 중국이 엄청나게 투자하였고 또한 이번에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가서 협력관계를 챙기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이제 새로이 개방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란에 접근하는 방법이 좀 더 세련되었으면 하는 것을 기대한다. 아마도 이란인들은 그들이 경제적인 시장으로서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로서 접근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에 앞서 문화가 한발 앞 서 가야하는 이유이다.
그것이 바로 친구로 남는 것이며 한편으로 이 경제난국 속에서 중국을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국제박물관협회 국가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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