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숲에 구수한 메주향… 대대손손 전통의 맛 잇는다

포천 청산솔둥우리 유재근·김정자 부부 
된장·고추장 재래식 고집, 억척스런 정성 입소문

잣나무 숲에 둘러쌓인 청산 자락에 구수한 메주가 내음을 풍기며 깊어가는 겨울 밤을 잊은 채 익어가고 있다.

대형 솥가마와 주렁주렁 달린 메주,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에 쉼표를 선물하는 이 풍경은 포천의 전통 발효장인 ‘청산솔둥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청산솔둥우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유재근(59)·김정자(56)씨 부부가 있다. 지난 1997년 노환에 치매까지 겹쳐 힘든 삶을 사는 시부모님의 곁을 지키고자 며느리 김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다 포천의 관광명소인 ‘허브아일랜드’ 길목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곳 청산솔둥우리 발효장을 생각해냈다.

 

전통의 장맛은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장맛을 손수 전해주신 비법 그대로를 따랐다.

 

특히 해발 200m의 준고랭지로 일교차가 심해 발효식품을 숙성시키는데 적합한 곳에 자리한 청산솔둥우리(신북면 청신로 )의 지리적 이점에 모든 제조과정을 수작업만으로 고집하는 유씨 부부의 억척스런 정성이 빚어낸 전통 된장 맛은 그야말로 웰빙 그 자체.

 

유재근씨는 “전통 된장은 잣나무 숲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무첨가 가공해 햇볕이 잘드는 곳에 2~3년동안 숙성 발효시켜 갈색 빛을 띤 전통 재래식 된장이라 맛이 구수하다.

또 한식 고추장은 찹쌀, 보리, 토마토, 찰수수와 직접 재배한 고추를 햇볕에 잘 건조한 태양초를 사용, 6개월 동안 자연발효시켜야 감칠맛을 얻을 수 있다”고 힘든 공정을 설명했다.

이어 “전통을 지키는 것은 자금난 등 모든 여건이 녹록지않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며 “누군가 해야 할 일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늘도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정성들인 된장 맛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 부부의 진심이 향기롭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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