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하우징 웍스의 경쟁력 ‘사회적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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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미국의 모범 사회적기업, 하우징 웍스(Housing Works).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Sex & the City)의 주연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극중에서 칼럼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르거나 실연당하거나 할 때 꼭 이곳을 찾아 파놀로 블라닉 같은 명품 구두를 수십 켤레씩이나 사대는 장면의 촬영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하우징 웍스의 수많은 영업점 가운데 뉴욕 소호 매장을 조사 차 방문한 건 올 1월 중순.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중고품을 리사이클링한 것으로, 예를 들어 1천불이나 하는 명품 구두가 여기선 100불 정도에 팔리기에 거의 모든 상품이 전시되자마자 다 팔려버렸다.

상품이 다 팔리면 2시간 간격으로 다시 이전과 똑 같은 형태로 상품이 전시된다. 감각적인 상품 전시 및 진열 스킬, 네팔 산 공정무역 커피의 향그러움과 존 콜트레인의 파격적인 재즈음악의 선율, 빽빽히 꽂혀 있는 오래된 책들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묵직한 서향, 가죽과 나무 냄새,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어우러져, 다른 중고품 매장과는 달리 이곳은 마치 고상한 무도회장 분위기였다. 매장 직원들의 90% 이상이 사회혁신과 비즈니스를 융합하는데 자신의 청춘을 건 아이비리그 재학생 또는 졸업생.

 

중고품 리사이클링 공정에 근무하는 스탭의 100%가 마약중독자 출신, 범죄 경력이 있는 전과자 출신, 은둔형 외톨이의 구조적 실업자이다. 이들을 교화시켜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내실 있는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건 하우징 웍스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중에서 부차적인 서비스에 불과한 것.

실은 이 사회적기업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이들 경영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일은 바로 성소수자 인권 옹호 운동과 에이즈 예방 및 퇴치 운동이다. 기독교적 윤리 패러다임이 강한 미국에서는 래디컬한 시민운동 그룹마저 이 영역에 관한 본격전인 실천이 이루어지 못 한 것. 해서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이 영역의 문제들을 전면 해결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미션이다.

 

중요한 것은, 하우징 웍스의 소비자, 출자자, 기부자, 그리고 원재료 공급자의 대다수가 이 사회적기업의 성소수자 인권문제와 에이즈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 운동적 열정과 노력에 대해 ‘사회적지지’를 보여준 이들이라는 점이다.

하우징 웍스에서 판매되는 중고품의 60% 이상이 이들의 혁신적 사회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부에 의한 것. 바꿔 말하면, 핵심 상품의 대다수가 지지자들의 기부를 통해 조달된다고 하는 것은 이 사회적기업의 ‘비용’이 ‘사회적지지’에 의해 충당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은 가격경쟁력이나 제품경쟁력 같은 이른바 시장경쟁력이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문제와 싸우면서 얻는 사회적지지와 같은 이른바 사회경쟁력의 바탕 위에 설 때, 자연스럽게 소비자도 출자자도 또 기부자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하우징 웍스의 사례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하우징 웍스. 사회적기업에게 있어서, 어떻게 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그런 ‘기업가’ 마인드가 아니라, 소비, 출자, 기부, 원재료 공급의 바탕이 되는 사회적지지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그런 ‘운동가’ 마인드가 절실함을 보여주는 매우 모범적인 실천 사례다. 

사회혁신을 담보해낼 수 있는 ‘운동가’ 마인드에서 출발해야만 탄탄한 사회적지지를 얻고 또 그런 사회적지지를 바탕으로 시장의 지지도 얻어낼 수 있는 <사회적경제> 특유의 원리와 이론. 이를 하우징 웍스만의 전유물로 또 흉내 낼 수 없는 이들만의 특허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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