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디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어른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위는 과거 우리 사회를 멍들게 했던 비합리적 권위여서는 안 된다. 수직적 역할관계 속에서 권력의 횡포로 나타나는 권위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어른을 존경하고 따르게 만드는 권위여야 한다. 이러한 권위는 단순히 아이들에 대한 예절 및 인성교육만을 통해서 회복될 수는 없다. 학교에서는 입시에 필요한 기능적인 교육만을 중요시하고 정작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인성교육을 무시한 것이 사실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집안의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친척 어른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어 어른들과 적절히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정과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아이들 스스로 어른과의 소통을 통한 관계구축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성교육은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절 및 인성교육은 어른의 권위를 회복하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른의 권위회복은 아이들의 행동변화에서가 아니라, 어른 스스로의 인식 및 행동변화에서 나올 수 있다. 어른의 권위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신뢰구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어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맞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가 상응하는 교양과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뢰구축을 위해 보다 본질적인 노력은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런 관심은 아이들에 대한 일방적 훈육과 조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문제나 사안을 바라보고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 속에 살아있는 것을 주는 것이라 했다. 이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 애정, 관심, 공감의 감정을 전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어른이 매우 중요한 인생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아이들 스스로가 하게 되면서 신뢰가 구축된다. 이것이 권위 회복의 출발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스승은 제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하고 자녀나 제자가 이에 화답하는 대화의 장이 마련될 때 어른들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조용길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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