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구에 서면 한편으로는 두둥실 강릉 가는 배를 쳐다보면서 짠하고 남는 희망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조의 시인이었던 정지상이 남포항에서 불렀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헤어지는 마음이 강물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애잔함이 상상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에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포’라고 하면 간 떨어지게도 ‘포기’라는 뜻이란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삼포’라는 것이 바로 젊은이들이 직장이 부실하여 집, 결혼, 자식포기란다. 여기다가 ‘헬조선’이라는 무슨 공상과학영화 제목 같은 말이 따라 붙는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웃을 수가 없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온 우리 세대의 경험으로서 흔히 교문을 나서는 제자들에게 ‘야 이놈들아, 나가서 무소의 뿔처럼 세상에 돌진하거라!’ 라고 큰스님이 선문답하듯이 큰 소리하지만 허공에 사라지는 구세대의 책임 없는 수사이다.
대학졸업시즌이 되면 학교에 남는 교수들은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의 눈망울에서 두려움을 읽을 때 너무도 허망한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가르친 것인가?’라는 자조의 질문이 한마음 가득할 때가 있다.
‘선생님. 저 취직했어요!’ 전화에 들려오는 감동에 찬 목소리를 들으면 북극의 빙하가 봄 햇살에 녹아내리는 듯하다. 절망의 우리 아이들에게 정부도 여러 가지 정책을 강구하기는 하지만 그 성과가 피부에 와 닿기 까지는 시간도 걸릴 것이고 젊은이들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에 이 아픈 청춘 위로를 위한 우리의 신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나의 아이들, 자식들이나 제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즈음 내 머리 속에 돌아다니는 생각으로 ‘청춘박물관’ 하나 만들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젊음 사용법, 세상 읽는 법 그리고 인생 사랑법 등을 보여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별의별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 교육하여 오늘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생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박물관도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번은 지나야 할 젊은 시절에 대한 박물관은 왜 없나?
나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 나도 전혀 청춘의 길을 잘 모르고 지냈다. 어쩌면 요행으로 청춘행로를 지나온 것 같이 기억되기도 한다. 청춘의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소리도 없이 휙하고 지나간다. 그렇지만 시간의 길은 선택할 수가 있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표준되는 답은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사례들은 아마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청춘박물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읽기, 이것은 대학에서나 가정교육에서 흔히 가르친다.
그러나, 아무리 가르쳐도 머리나 마음속에 남지 않는 것을 어이 하리요! 스스로 깨닫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은 종교 신전에서나 있을 법하겠지만 박물관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충분히 할 수 있다.
세상의 지혜를 모아서 젊은이들의 메카처럼 만든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적어도 젊은이들이 골목 농구를 하듯이 청춘과 인생을 가상체험하는 감동적인 공간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배기동 국제박물관협회 한국위원장ㆍ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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