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블루베리의 분노… 무기력한 市

“어~허~어허!, 어허~어허! 너는 살고 나는 죽고! 어~허!”

지난 1일 오전 9시30분께 안성시청 정문에서 50대 남자가 상의를 반쯤 벗은 채 비를 맞으며 4시간째 부르는 장송곡에 시청을 출입하는 운전자들이 멈춰섰다.

남성은 운전자들의 시선도, 지나가는 차량도, 경찰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손에 길이 1m가량의 비닐 4개를 들고 처량하게 홀로 서 서글픈 장송곡을 지속적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공도 토지보상 X같구나, 너는 살고 나는 죽고, 우리 함께 같이 살자!” 하염없는 노랫소리에 기자도 발길을 멈췄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A씨(50)는 지난 2012년 공도읍 용두리에서 부인과 함께 블루베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캐나다로 이민을 간 토지주 B씨로부터 5천700㎡ 중 1천500㎡를 임대받아 3년여 간 애지중지 작물을 재배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이 임대받은 토지에 아파트 개발 승인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키워온 블루베리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A씨는 시가 1주당 3만원씩 모두 430그루의 나무 이식 보상비로 책정한 1천290만원이 적고 영농 손실비가 없다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A씨는 블루베리 이식에 따른 1년 수입 2천만원과 2016년과 2017년 수확에 차질을 빚는다며 보상비를 더 줄 것을 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확인한 결과 시는 주당 이식비 책정은 물론 영농 손실비 600만원을 A씨에 제시했고 부인과는 이미 합의까지 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보상비를 요구하는 A씨가 행정을 무시하고 시청 본관 현관에서 상의를 벗은 채 30분간 소란을 피웠으나 단속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성 안내원이 버젓이 근무하고 여성 공무원, 시민까지 오고 가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시위가 있음에도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는 것은 행정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상비가 적다는 민원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위법적 시위가 20만 시민의 얼굴인 행정 청사에서 벌어짐에도 그저 외면만 하는 시 행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