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청소년 언어폭력 문제, 자존감 키우는 교육으로 풀자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생들 간의 언어폭력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에 청소년들의 대화들을 들어보면 욕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또래 간의 욕설이 특별히 갈등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요즘에는 매우 일상적으로 나타나서 욕을 모르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것이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언어폭력의 폐해가 난무하고 있으나 이런 언어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무감각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터넷 매체에서의 악성댓글, 조직구성원들 간의 언어적 성희롱이나 막말, 지상파방송의 토론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논객들의 정제되지 않은 공격일변도의 언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상대를 헐뜯고 모함하는 막말 등 수없이 등장하는 언어폭력은 우리 기성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어린 세대들을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 자신 스스로 한번 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의 언어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우리 부모세대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들의 언어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우선 언어폭력을 소위 ‘센’ 사람들의 상징이나 혹은 개성의 표현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언어폭력은 자기내면의 상처의 표현이고 내면적 스트레스의 분출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 부모세대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공룡사회는 계속해서 양육강식의 경쟁을 부추기며 우리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피폐하게 할 것이다.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들이 가진 가능성들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어떤 것이 그들의 미래에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자. 행복은 경쟁에서의 승리에서가 아니라, 남과 함께 할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을 우리 부모들 스스로 알아야 하고 함께 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겪는 언어폭력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길이다. 아룬 간디(Arun Gandhi)가 주장하듯, 비폭력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 것들로 바꾸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긍정적인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그들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남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함으로써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배우게 되고 나아가 언어폭력의 병을 치유하는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하자.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래서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도록 하자. 이것이 바로 인간성 회복 교육의 출발점이자 당면한 언어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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