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서울대 법대 나와서 놀아도 괜찮아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 무엇일까. 얼마 전 한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저의 딸이 무기력증이에요. 너무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그래서 두 모녀는 ‘기적의 2박3일 행복여행’이라는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딸은 170이 넘는 늘씬한 키에 모델 같았지만 얼굴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 모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딸은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던 아이라 1등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엄마의 소원대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늘 공부를 잘하던 아이라 사법고시도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는데 계속 낙방을 하게 되었고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만 줘도 원이 없겠어요” 라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 가지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효능감을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효능감을 충족 못하면 존재까지도 흔들려 버린다.

효능감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자기 가치감과 존재감인데도 말이다. ‘너는 판사가 되거라’ 그런 기대를 가지고 살아온 자녀들이 판사가 되지 못하면 좌절감이 온다. 현실과 이상의 자아에서 괴리감이 오게 되면 좌절과 우울, 절망이 오는데 21세기의 우리 아이들이 겪는 것이다.

사실 삶의 방향은 목표가 아니다. 삶의 방향은 가치관이 되어야 한다. ‘나는 사회를 밝게 구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가치관 속에서 목표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가치관은 목표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방향이다. 그렇기에 비록 사시에 합격을 못 해도 사회를 밝게 구현하기 위해 다른 일은 찾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부모의 태도들이다. 또 한 사례를 들자면 2년 전에 뉴욕에서 강의할 때 한 아이의 안타까운 사례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 이민을 갔는데 아이는 1등을 도맡아 했다. 부모는 “넌 우리 집의 기둥이니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해라”고 늘 강조했다. 결국 아이는 하버드에서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우수 대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집에서 오냐오냐만 받아오던 이 아이는 상사의 지시와 명령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상사와 싸운 후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또 다른 기업에 원서를 냈는데 입사원서에 전 직장 상사의 추천서를 받아오지 않으면 입사가 어렵다는 말에 이 친구는 완전히 좌절하고 말았다. 나는 웃음치료를 17년간 진행해 왔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부모로서 남겨줘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스팩? 절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사라지기도 쉽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들이다.

카네기 공과대학에서 조사를 했단다. ‘과연 누가 성공할까?’ 결론은 힘들 때 극복할 수 있는 지수가 높은 사람이 성공해 있더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부모들이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 뭔지 좀 더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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