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대자대비’… 중생의 아픔을 보듬다

천년고찰 신륵사 아름다운 동행

여주의 이름난 천년고찰 신륵사(神勒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의 말사로 낮고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여주 봉미산 자락 남한강변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강변 사찰이다.

한강의 발원지(태백 검룡소)를 시작으로 514㎞의 강물은 정선 골지천과 조양강, 나전에서 오대산 우통수와 영월 서강과 합쳐져 충주호를 통해 남한강 신륵사 앞을 굽이굽이 한민족의 애환을 담고 유유히 흐른다.

추석을 앞둔 요즘, 여주 신륵사는 보물과 유물 등 유적과 함께 어우러진 장송과 고목의 은행나무 등 뛰어난 자연풍광을 자랑한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신륵사는 신기한 미륵(나옹선사와 인당대사 중 한 분)이 신기한 굴레(勒)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용마(龍馬)를 막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해 신륵사란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1376년(고려 우왕 2) 나옹선사가 신륵사에서 입적 후 나옹의 정골사리(頂骨舍利)를 봉안한 석종형 부도 등 많은 유물을 보유한 신륵사는 예종 원년(1469) 경기 광주 대모산에 있던 세종대왕릉(영릉)을 여주로 천장하면서 세종대왕릉의 원찰로 삼았다.

지금으로부터 660년 전 나옹화상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신륵사 은행나무는 두 그루의 고목이 수백 년의 세월을 동행하며 살아왔다.

그 은행나무 사이 좁은 공간에서 관세음보살상을 볼 수 있어 신비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신륵사는 수백 년을 동행해 온 은행나무처럼 ‘천년고찰, 그 속에서 나의 소중함을 발견하다.’라는 템플스테이 등 청소년과 성인, 다문화 가정 등 모두가 동등함 속에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신륵사 역사탐방.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템플스테이’

신륵사 입구에 들어서면 강바람과 함께 청량한 가을 하늘과 진한 소나무 향이 삶의 찌든 우리를 아늑하고 편안하게 한다.

입구 좌측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전통한옥 건축물이 신륵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불교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고즈넉한 봉미산 숲길을 산책하면서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남한강을 바라보며 차 한잔과 소중한 인연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신륵사 템플스테이는 자연 속의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 숲과 자연에서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곳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이 있다. 체험형은 미리 프로그램을 공지해서 일정한 숫자의 참가자들을 모집, 정해진 일정에 따라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고, 휴식형은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쉬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지역 또는 도내 소외계층(차상위, 다문화, 새터민, 한 부모 등)도 무료로 참여해 힘들고 지친 삶을 쉬고 돌아볼 수 있다. 밤늦게 잠을 청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을 고려해 새벽예불(자율) 및 아침 일출 명상, 차담을 통해서 치유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 템플스테이 강당.

사찰 음식 체험, 문화역사탐방 등 종교가 다르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다.

부처의 참된 가르침과 참선공부, 불교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여름 방학 기간 일상의 집착에서 벗어나 잊어버린 전통문화의 향훈, 산사의 고즈넉한 정취를 벗 삼아 명상과 수행, 체험을 통해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소중한 삶을 이끌어 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구성된 템플스테이는 고된 현대인의 일상을 돌아보고, 참선할 수 있는 교육과 소통, 나눔 프로그램이다.

숙박이 부담스러운 수행자를 위한 당일 템플스테이는 10인 이상 단체면 가능하다.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 최근 방학을 맞아 각각 초등생과 고등학생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신륵사 템플스테이 담당 해오스님은 “일상에서 벗어나 명상과 참선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으로 일상생활에서 지친 자아를 깨닫고, 터득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템플스테이다”고 말했다.

 

▲ 신륵사노인요양원.

■ 다양한 노인ㆍ장애인 복지사업

여주시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신륵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 운영한다.

또, 신륵사노인복지센터와 노인요양원, 장애인보호작업장, 통합여성장애인 쉼터(소빛)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인복지관 수영장은 5천여명의 회원이 다양한 취미생활과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홀로 사는 노인 80여 가구에 주 2회 무료 반찬배달 서비스를 제공과 함께 180개의 노인일자리 창출사업도 펼치고 있다.

여주시 장애인 복지관은 장애인의 문화적 욕구충족을 위해 900여명의 회원 중에서 매일 300여 명이 복지관을 찾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관 1층 카페 하리와 여강에서 온 편지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장애인 작가들이 재능기부에 참여, 붓글씨 등 서예와 민화, 사진 등의 작품제작에 참여해 인기가 높다.

신륵사노인요양원(원장 변명숙)과 노인복지센터(센터장 혜철스님)도 365돌봄, 재가노인서비스, 방문요양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원장 이석자)은 장애인 직업재활훈련프로그램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고 일하는 능력도 키우는 곳이다.

작업장에서는 지퍼백과 커터 칼 생산과정, 국화와 자생화 재배 등 꽃을 키우는 농장일 등을 하면서 직무 기능과 본인의 취향 등에 맞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장애인통합보호시설(소빛)은 장애인 전용으로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피해자들의 자연치유 공간으로 교육과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쉼터다.

■ 어린이떮청소년 위한 자혜로운 보육·교육

신륵사는 어린이와 청소년 복지를 위해 선재와 연꽃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선우학교, 나옹예술제 등 사업을 통해 어린이ㆍ청소년복지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재어린이집은 0세부터 2세까지 영아를 대상으로, 연꽃 어린이집은 2세부터 5세까지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학부모 사정에 따라 보육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신륵 지역 아동센터는 매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방학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동복지교사와 학습 도우미교사들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곳이다.

선우학교(대안학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치유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경기도교육청 지정 중학교과정 대안학교다.

나옹예술제는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적 기량을 겨루면서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자 1997년부터 백일장과 사생대회, 풍물대회 등을 매년 개최, 초ㆍ중고교 학생들의 예술한마당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 다문화축제.

■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도 앞장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불교문화전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행은 다문화 가정지원사업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돌입하면서 지역 내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무료상담, 한방무료진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사회사업이라 할 수 있다.

청곡 신륵사 주지 스님은 “신륵사는 불교문화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들이 마련돼 있다”며 “여주지역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사업을 통해 정토 사찰로서 천년고찰의 품격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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