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졌다. 또 내달에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중정상회담은 양자차원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특히 북한문제와 관련하여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내달에 있을 한미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라는 중요한 양자관계가 있지만 역시 양자차원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상하는 중국, 복고주의를 추구하는 일본, 그리고 개방개혁과 핵무기 개발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북한 등과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만큼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은 우리 외교에게 중요하다.
한국동란 이후 약 반세기 동안 우리에게 한미관계는 안보와 경제 두 분야에서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한중수교 불과 20여 년 만에 경제에서 미국을 제치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한중간의 작년 교역액은 3천억불을 넘어섰다.
한미교역액 1천억불의 3배다. 인적교류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로 다가온 지 오래다. 작년 천만 명을 상회한 한중인적 교류는 연 200만 명의 한미 인적교류의 5배다. 그리고 1주일에 840편이 넘는 한중 직항편은 한미 직항 400편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안보와 민주시장 경제라는 가치면에서 여전히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로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국가가 됐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 안보와 경제를 위해 우리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의 관계는 양자택일의 차원을 넘어섰다.
둘 다 동시에 확보해야 할 우리 외교의 근간을 구성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외교가 한미, 한중관계를 동시에 풀어나가기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미중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우리는 미중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보다 중요하게는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 내에 모두 두 가지 기류가 있다.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결국은 미국의 세계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 도전하게 되고, 두나라 사이에는 갈등을 피할 수 없고, 결국 충돌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미중양국에서 충돌보다는 공동진화(Co-Evolution)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행정부가 중국과 G2관계를 설정한 것이나, 지난주 중국전승 70주년 기념식사에서도 시진핑주석은 중국이 결코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21세기 태평양 시대를 위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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