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시대상황과 동떨어진 한자병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자는 발음이 없는 뜻 글자이므로 시각정보로 이해되고 외우는 방법 이외 달리 대안이 없다. 가령 大學이라고 쓰고 대학으로 읽어야 비로소 이해된다 이에 비해 중국인은 ‘따세’라 발음하며 일본에서는 ‘다이가꾸’로 발음하며 그 뜻을 잘 알 수가 없다.

요즘 한자 병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글로만 쓰면 동음 이어가 많아 뜻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중국 한자어는 419음절어에 불과하지만 4성으로 구분하여 1677음절어로 확대하고 4자 성어나 오언 절구를 활용하여 27,000여 자의 차이를 변별한다. 이에 비해 한글은 이론상 11,172 음절이 되고 이를 4단으로 구분하면 44,688음절이 되어 의미로 중복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한자 교육을 쓰기 교육에 치중해온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언어 교육에서 비롯된 듯 하다. 이 시기에 우리는 일본어를 국어라 했으며 한자를 일본말로 표기하면서 공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이 되자 한자어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발음만 바꾸어 발음했다. 그러니 80% 이상은 운율과 뜻에서 왜색 한자단어 일색이었다 다시 말하면 한자어는 민족문화의 전통보다는 왜색 식민지 전통이 강하게 계승되었다.

광복 이후 영어가 등장하고 국어교육을 압도했다. 그러나 표음문자인데도 한자 교육처럼 쓰기와 읽기에 치중했다. 한참을 지나 듣기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원어민 교육과 조기 교육에 치중했지만 막대한 부작용을 남긴 체 우리 교육의 덜미를 붙잡는 계륵의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중국인은 한국인 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일본은 한자를 쓰기에 산업이 발전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중국어는 4성조 억양이 영문 억양과 동일하고 문법상 어순이 같기 때문에 비교적 영어를 쉽게 터득한다. 또 중국과 일본은 한자를 쓰기 때문 정보화의 후진국 신세이다.

영어교육의 경우 원어민 교사는 고비용 저 효율적 방안이다. 그 대안은 컴퓨터 도움학습[CAI]이다. 표준 발성음을 기계로 합성하여 원어음 발성 기준을 만들고 각자가 발음하는 것을 전사하여 어디가 틀리고 어디가 다른지를 스스로 고쳐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한말과 한글교육도 마찬가지다. 먼저 한말 표준 발성을 기준으로 음성 자동전사로 기록하여 정확한 국어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 한자를 병기시켜 의미를 변별하려는 주장은 현실과 동 떨어진 주장이다.

한자는 시각정보이므로 언어뇌의 시각 영역에서 반응하고 이해된다. 반면에 영어와 한말은 표음언어이므로 청각영역에서 반응하고 이해된다. 이를 무시하고 표음문자를 한자 병기 식으로 대응한다면 사유와 사고에 있어 고질적 암기 위주로 흐르고 영어와 한말 교육도 덩 달아서 침몰한다.

최근 정부는 4대 개혁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꼽았으며 그 핵심은 언어 교육이다. 현제의 고비용 저 효율의 언어교육의 대안은 컴퓨터 보조 교육과 (CAI)이다. 사람과 기계가 일체 되는 융합 교육방식을 말한다. 이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넋소리말[뇌 언어] 효과를 비교 측정하여야 하다. 발달된 측정기에 의하여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비교적 수월해 졌기 때문이다. 이런 실험 자료를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 지금의 한자 병기 교육 주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미l래 창조의 사유체계는 불가능하다. 한자 병기문제는 어느덧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인아 되어 버렸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