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는 동족상잔의 참화를 겪으면서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화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국내총생산(GDP)은 3만 1천 배 이상 늘었고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2차대전 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유일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국민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워져 있다.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 양극화 심화 등 숱한 난관이 놓여 있다.
특히 지난 7년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을 지속했으며 올해 성장도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0년 0.266에서 2014년 0.308로 크게 악화했다. 경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 혜택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최근 IMF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159개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분배와 국부의 연관성에 관한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에서 부가 1% 증가하면 5년 뒤 국내총생산은 0.08%포인트 줄어드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국내총생산이 0.38%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소득 배분을 늘리면 경제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IMF는 부자들한테 유리한 조세정책 등이 불평등을 확대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며 가난을 줄이기 위해서 각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건강ㆍ교육정책에 대한 투자 확대와 좀 더 진보적인 조세정책 등을 조언하고 있다.
IMF보고서는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진 부자감세정책의 철회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양극화 심화 문제는 우리사회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세 모녀의 비극 같은 참변이 최근에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혼을 하고 어린 딸을 키우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 이면에는 유럽에서는 ‘그리 평가받지 못하는’ 영국의 사회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공공임대아파트에 살며 생활보조금을 받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영국의 사회안전망이 없었다면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여성부자 14위인 그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올리고 기간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멈추지 말고 IMF보고서와 해리포터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노력하면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 수 있고 사회가 공평해진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김진표 민주당 前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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