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메르스가 몰고 온 공황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메르스가 곧 종식된다고 한다. 장마가 몰려와 가뭄도 해갈됐지만 메르스가 남긴 생채기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을 같다. 중동에서 발생해 극동으로 덮쳐 오면서 대유행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한국이 선방(?)하면서 더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메르스가 우리 사회를 쓸고 간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범 유행성 심리적 공황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메르스가 진행된 시기, 고질적 남 탓 시비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정부는 민간 병원에다 민간은 정부 탓이라고 공격했다. 여야는 날 선 공방으로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빴다.

메르스가 위협적인 것은 범세계적 유행성 그 자체 보다는 치사율이다. 거의 4~50%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는 20% 미만으로 선방했다. 의료 기술의 발달인지 아니면 낙타를 기르지 않아 그런지는 정밀 역학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우리의 의료 기술이 세계가 알아주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이런 통계가 생생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진실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매체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ICT와 메디 비이오 기술에서 선진국을 자처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이와 같은 사실이 허당이라는 사실도 들통나고 말았다. 당연히 의료 관광이나 ICT 제품 수출에도 막대한 타격이 왔다. 경기는 얼어붙고 경제는 곤두박질 했지만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기색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메르스 치료율이 세계적 수준을 유지한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의료 기술이 세계적 명품 기술사례로 검증되는 기회를 잡았다. 메르스 살균제는 이미 개발됐지만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개발이 어려운 점은 기술적 문제보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참에 우리는 이미 확보된 바이러스 종균과 중간 숙주가 있는 중동과 협력하여 치료제 개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이 또한 세계적 기여가 될 것이다. 메르스 이외도 다른 호흡기 증후군과 같은 범유행성호흡기 질환의 확산 방지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한 셈이다. 인류 사망 최대의 원인이 바로 호흡기 질환이지 않던가.

이번 메르스 확산에서 또 하나의 감춰진 진실은 에어컨이 바이러스 비말(飛沫)확산에 매개역할을 했다는 가설이다. 사실이라면 가전분야 제1선진국의 명예에 치명적 타격이다. 에어컨이나 공기청청기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나노 집진 여과기와 함께 바이러스 살균기도 함께 공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그것은 의료 종사원들의 감염사례가 이를 증명해 준다.

이번 메르스의 진원지에 최대 사상자를 몰고 온 병원은 어느 재벌 기업이 운영하는 공익 법인 이다. 이점에 대해 젊은 부 총수는 엎드려 사죄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소식 또한 아직은 감감하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또 최근 내부 기업의 합병에 보여준 국민적 성원에 대해 이번에는 재벌 부 총수의 적극 분발할 때라고 본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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