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산 양평 증안골 약초마을협동조합 이사장
“국유림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산림을 지키는 일에 주민들의 단합된 힘이 꼭 필요합니다”
지역의 국유림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는 이부산씨(증안골 약초마을협동조합 이사장·75).
양평군 청운면 갈운4리 증안골에는 고로쇠·오디·헛개나무 등이 울창하게 들어찬 숲이 있다. 이 숲을 지키고자 주민 40여 명이 출자해 만든 것이 바로 약초마을협동조합(이하 조합)이다.
민간단체도 아니고, 공기업은 더더욱 아니다. 이장규 마을이장(61) 등 지역 원로가 발 벗고 나섰다. 주민 스스로 내 고장을 지키고자 출범한 조합은 더욱 소중했다. 증안골 토박이 이씨는 그래서 조합 이사장으로 적격이다.
“저희가 조합을 만든 건 산림당국이 마을 뒷산(해발 550m)에 고로쇠나무 군락지를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훼손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앉아 지켜볼 수 없겠다고 판단, 마을 주민들을 규합했지요”
산림당국이 마을 뒷산 462㏊에 빼곡하게 들어섰던 수령 수백 년 된 고로쇠나무 등 수십만 그루를 베어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말부터였다. 더구나 이 일대는 봄이면 곰취와 더덕, 도라지 등 산나물들과 가을이면 느타리버섯 등이 자연적으로 서식하고 있어 ‘약초마을’로 불릴 정도로 산나물 천국으로 갈수록 개체 수도 늘었는데, 나무를 베자 산나물도 무참하게 뜯겼다.
보다 못해 들고 일어난 조합원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뒷산은 지키지 못해도 산림조림 계획만큼은 지역 생태계 특징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의, 산림생태계 복원 및 보전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키로 의견을 모았다. 산림 당국과 국유림 보호협약도 맺었다.
산림 당국과 지자체 간 상호 협약을 체결하고서 장기적으로 창조적 산림 비즈니스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단단히 심었다.
이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우리 숲을 지키고 가꿔 소중한 환경자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약초마을로서 명성을 이어가겠다”라며 “단순한 경제논리로서 이익을 좇는 대상이 아닌 영원한 문화유산으로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당국과 지자체의 폭넓고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라고 거듭 못박았다.
양평=한일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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