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막혔나” 마른 논바닥에 타는 農心

양평 능곡마을 가보니
긴 가뭄에 농수부족 장기화 올 농사 포기할 판… 한숨만

▲ 30일 양평군 서종면 수입리 능곡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씨(64)가 가뭄으로 말라버린 밭을 보며 한숨짓고 있다. 허행윤기자

“한창 쏟아져도 될까 말까인데 하늘이 막혔는지, 거의 한달새 비 구경을 하지 못해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입니다.”

30일 오후 2시께 양평군 서종면 수입리 능곡마을 앞 논에서 만난 강모씨(64)는 “기상대 예보로는 장마전선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는데, 딴 동네 얘기일 뿐, 비가 내려도 아기 오줌처럼 몇방울 떨어지다 만다”며 시름에 잠겨 끊었던 담배를 연신 피워 물었다.

그의 논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그나마 궁여지책으로 콩을 심기 위해 씨를 뿌린 밭도 물 구경을 하지 못해 흙먼지만 푸석푸석 일어날 뿐이었다.

강씨는 “논농사에 이어 콩농사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자식같은 콩싹을 어루만지며 가슴만 두드렸다.

특히, 이 마을 농경지들은 상당수가 농업용수를 하늘에만 의존해야 하는 천둥지기(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여서 피해가 더욱 큰 실정이다.

인근 이모씨(59)도 “다른 마을은 날이 가물면 관정이라도 이용, 개울이나 계곡에서라도 물을 끌어 올 수 있지만, 우리 마을은 개울도 바짝 말라 거의 올 농사를 포기할 지경”이라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가뭄으로 인한 농수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농심(農心)도 타들어 가고 있다. 더구나 장마전선이 양평을 포함한 경기동부권역을 비껴 가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1개월새 양평 등 경기동부권역 강우량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뭄 피해도 논 219㏊(논 전체 넓이의 5.2%), 밭 69.5㏊(밭 전체 넓이의 1.9%)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체감 피해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이에 따라 소방서 등에 협조를 구해 지난달 5일부터 서종면 수입리와 양서면 양수리, 용문면 만능리, 단월면 석산리, 양동면 계정리 등 농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33회에 걸쳐 모두 183t을 공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예비비 5억1천800만원을 투입해 하상굴착으로 용수를 개발하고 보 정비 및 집수정 개발 등에 장비 지원을 추가하고, 용수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은 대형관정 설치를 협의할 예정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군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 긴급 농업용수 공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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