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루키의 집중력이 필요한 화물차 교통안전

오라클대학교 부총장인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에 따르면 베테랑이 루키(Rookie)에 비해 언제나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지칭하는 ‘뷰카(VUCA)세상’에서 베테랑의 매너리즘은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루키의 특성인 높은 경각심과 순수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도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운전이 직업인 사업용자동차 운전자는 도로의 베테랑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자주 뷰카환경과 흡사한 도로 위를 누빈다.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과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위험을 매일 경험한다. 하지만 이들의 성과, 즉 교통안전 지수는 루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사업용자동차의 사고율은 비사업용에 비해 5배나 높다.

특히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교통안전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기준,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사업용 화물자동차가 3.9명으로 승용차 1.5명의 2.6배다. 버스나 택시 등 다른 사업용자동차와의 비교에서도 각각 2배와 4.2배 높다.

화물자동차 안전은 운전자 인적요인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속적인 캠페인과 더불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운행기록 분석을 통한 운전행태의 과학적 분석을 확대하고, 운전습관을 교정하는 교통안전 체험교육을 활성화해 교통사고 위험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운전자 의식개선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단속도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화물자동차의 과적과 과속은 교통사고 발생 확률을 급증시키기 때문에 철저한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시속 70km 주행 시 과적을 했을 경우 회전구간의 전복위험성이 57% 커졌다. 속도를 90km로 높이면 위험도는 60.3%로 더욱 높아졌다. 제동거리도 27m나 늘어났다. 또한, 과적은 적재불량으로 인한 낙하물사고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 철저한 차량점검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피로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최대연속운전시간제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이 2013년 화물자동차 운전자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6%가 운전 중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80.5%는 졸음운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장시간 연속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로는 운동신경의 반응능력을 떨어트리고,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를 야기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적정한 휴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운전자의 졸음이나 부주의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첨단기술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도로 위의 안전운전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뷰카환경보다 더욱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다양한 운전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다. 그들의 완숙함에 루키의 높은 집중력이 더해져 보다 안전한 도로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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