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배 재배농가 가보니…
농가 “냉해 피해” 주장에… 보험사 “살아있는 한 아냐” 맞서
과수농협·市, 원인 규명 조사 의뢰·보상 등 대책 마련 분주
안성지역 배 재배 농가들이 원인 모르게 배들이 고사하면서 시름에 빠졌다.
농가들과 과수농협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 조사를 의뢰하는 동시에 냉해를 주장하며 재해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험사 측은 ‘배가 살아있는 만큼 냉해가 아니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보상에도 난항을 예고, 농가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12일 오후 4시께 미양면 용두리 A씨(55)와 공도읍 만정리 M씨(73)의 배농장. 꽃이 떨어진 꽃순대 마다 5~6씩 달려있어야 할 어린 배는 고작 1~2개만이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이렇게 어린 배가 열린 배나무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의 배나무에서는 어린 배를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달려 있는 어린 배조차 쪼개보면 속이 검게 죽어있었다.
이같은 안성지역의 배 고사는 지난 1일부터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농가들은 과수농협이 분양한 꽃가루와 석송자(과수인공수분용 꽃가루)를 혼합해 배꽃 암술머리 주류에 꽃가루를 수정했다. 하지만 배 꽃이 모두 떨어지고 어린 배가 맺혀야할 꽃순대에는 과일이 형성되지 않았다.
M씨는 “암술머리 5개에서 꽃이 수정돼 과일이 달려야 하지만 하나도 성장이 안됐다”며 ”올해 배 농사는 다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과수농협은 우선 배 고사 원인을 규명하고자 농촌진흥청에 조사를 의뢰하고 중앙회 농업손해보험팀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농가들과 관계자들은 배 고사 원인으로 영양 불균형, 수정불량, 저온으로 암술머리나 씨방 고사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재해보험 적용 여부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농민들은 배가 얼어 죽지는 않았지만 냉해를 입어 수정이 안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험사 측은 꽃 자체는 문제가 없고 배를 잘라 봤을 때 살아있는 만큼 냉해는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냉해로 인한 재해보험은 약관상 0℃ 이상일 때는 혜택이 없으나 재배면적의 20% 이상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적용이 가능하다.
농민 A씨는 “냉해로 고사한 만큼 보험은 꼭 적용돼야 한다”며 “또한 수정이 안된 원인을 알아야 내년에 대책을 세울 수는 만큼 원인규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수 농협 관계자는 “서리와 온도하강 등으로 보험혜택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시 관계자는 “현재 어떠한 원인도 알 수 없으나 피해 농가는 늘어난 만큼 과수농협과 논의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안성지역 785채 배 재배 농가 중 50%인 376 농가의 550㏊가 배 고사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안성=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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