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안성지역 전형적인 농촌마을에서 38여년간 농사일로 생계를 이어 온 A씨(68)의 다급한 목소리는 큰 사건이 일어난 듯했다.
“기자님이유?” “네, 말씀하세요” “여기 고삼면인데유~제가 제보할 게 하나 있어서유~다름이 아니고유~순경 아저씨가 우리 마을 B씨네 쌀하고 라면 사다줬어유~너무 고마워서유~기자님께 신문에 써 달라고 전화했어유!”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한 말투는 때 하나 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며 그저 정겨웠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안성시 보개면 파출소 최종복 경위(58), 채희명 경위(48), 이성우 경사(41)는 문안 순찰 중이었다.
농촌지역 순찰 근무 중 빈집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홍보하는 과정에서 B씨 가족이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B씨는 87세로 2013년 중풍으로 쓰러져 병마와 싸우고 부인은 78세, 아들은 43세로 정신장애 1급으로 마땅한 벌이가 없었다.
또 병마로 말미암아 B씨 가족은 그동안 종중 산지기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종중에서 이마저도 못하게 해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순찰을 마친 3명의 경찰관은 B씨의 딱한 사정을 김용삼 소장(경감)에게 보고했고 1인당 2만원씩을 갹출해 B씨 가족에게 작은 선물을 하기로 했다.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자신들의 순수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쌀과 라면을 B씨 가족에게 전달하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이들의 사랑은 마을 주민들에게 퍼졌고 주민들은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한 손으로 들녘에 나가 가족 생계를 위해 작물을 파종하는 B씨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는 경찰관 4인방은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 밝은 사회를 만드는 주인공들이었다.
안성=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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