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道政내조’ 5년… 경기도 ‘화려한 비상’ 숨은 주인공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

경기도 민선 6기 남경필호는 그동안 집행부와 도의회 간 연정, 사회통합부지사 신설, 도와 시ㆍ군간 연정, 상시예산 도입 등 다양한 정치적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렇듯 남 지사가 다양한 정치적 실험을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데는 도청 내부 공직사회가 흔들림없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사람, ‘박수영 행정1부지사’가 있다. 지난 2009년 11월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으로 처음 경기도와 인연을 맺은 박 부지사. 5년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멜빵’ 패션을 하고 아침 7시30분 경기도에 출근, ‘굿모닝’을 외치며 들어와 보이차를 한잔 마시며 경기도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박 부지사가 어느덧 행정1부지사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박 부지사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오는 23일이면 행정1부지사 취임 2주년이다. 지난 2년을 돌이켜본다면.

A 지난 2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 등 대형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해 가슴 아픈 기억이 많은 것 같다.

그 사이에 지방선거도 있어서 경기지사도 새로 취임하는 등정신없는 하루하루였다.

Q 경기도에서 공직생활을 한 지도 5년이 넘어간다. 민선 4기부터 6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A 경기도에서 경제투자실장을 시작으로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경제투자실장으로 일할 당시에는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9년 11월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한 직후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현장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황량한 들판에 건물이 딱 하나 있었다. 경기도가 만든 파스퇴르연구소였다. 당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하기로 했던 기업들이 대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물을 분양받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작은 기업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컨소시엄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컨소시엄의 지분변경을 막아놓아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풀어주자고 주장했는데, 실무 공무원들이 전부 반대 하더라.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어 감사를 받으면 공무원들이 다친다는 이유였다. 당시 공무원들에게 죽을 때 죽더라도 한국의 미래가 이렇게 흙먼지로 남아있으면 안 된다고 설득해 규제를 풀었다. 단 기업들에 6개월 내에 착공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후 건물들이 막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의 판교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기억이 가장 보람됐다. 이후 기업들의 호응이 매우 좋아 판교테크노밸리2도 그림을 직접 그렸고, 앞으로 판교테크노밸리3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획조정실장 때에는 그 유명한 친환경급식 지원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의회에서는 무상급식 지원을 주장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급식지원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시에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었던 것에 착안해 친환경급식지원이라는 방안이 떠올랐다. 당시 친환경급식지원이라는 묘수를 찾아 서울시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행정1부지사로 활동하면서는 판교 환풍구 사고 수습과정도 생각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착공도 기억에 남는다. 남들은 GTX가 그냥 추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위해 기재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6개월 동안 아침도 먹고 점심, 저녁도 먹는 등 온종일 공을 들였다.

Q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A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많이 아쉬운 것이 바로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USKR) 사업이다. 내가 처음 경기도에 왔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가 3가지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는데 첫 번째는 일자리 창출, 두 번째가 USKR 사업, 세 번째가 하이닉스 증축 문제이다. 일자리 문제의 경우 전국 최초로 ‘일자리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어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하이닉스 증축 문제도 해결됐는데, 아직 USKR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Q 인사분야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자타공인 인사 전문가이다. 최근 경기도가 인사 혁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인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인사는 ‘발탁과 서열 배분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발탁이 30%, 서열이 70% 정도로 반영된 인사가 황금 비율이라고 보고 있다. 내가 늘 공무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자기 인사는 자기가 한다’이다. 공무원이 일을 잘하면 여러 부서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싸운다. 그런 사람은 인사 불만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일을 안 하는 공직자들도 있다. 이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문제인데 교육 및 훈련도 시키고 기회도 제공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Q 경기도에서 공직생활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A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국무조정실장이라고 생각한다. 전 부처의 쟁점 사안을 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행정부지사 역시 전 부처의 일을 다 관장한다. 경기도에는 소방공무원 제외하고 일반 공무원 중 서기관이 163명이다. 국장급은 32명이다.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나에게 보고한다. 200개 채널을 가진 위성TV를 보는 것 같다.

앞사람이 체육분야를 보고하고 가면 다음 사람은 문화 예술부분을 보고하고, 다음 사람은 일자리 창출을 보고하고, 다음 사람은 예산 문제를 보고한다. 남북관계까지 보고한다. 아주정신이 없다. 또 행정심판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57개 위원회위원장이다. 국무조정실장 다음으로 바쁜 자리가 경기도 부지사인 것 같다. 물리적으로 힘들다.

Q 뛰어난 협상력, 조율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A 본인이 기준을 가져야 한다. 난 늘 단 하나의 기준을 갖고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어려운 분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냐’이다.

공무원의 이익, 기관의 이익을 따지면 안 된다. 주민들, 그중에서 더 어려운 분들을 생각해야 한다. 누가 더 어려우냐를 생각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 다음이 창의적인 제3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Q 2009년 경기도와 2015년의 경기도를 비교해 본다면.

A 5년 전 경기도가 남을 따라가는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은 다른 지자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경기도에서 시작된 무한돌봄 복지서비스와 사전 컨설팅감사제도 등은 지금 전국으로 확대됐다. 또 이제는 경기도가 서울보다 인구도 많아지고 시ㆍ군의 규모도 커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본다.

Q 박수영에게 ‘경기도’란.

A 제2의 고향인 것 같다. 7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경남 함양에 있는 선산에 아버지를 모시면 자주 찾아뵙지 못할 것 같아서 양평 공원묘지에 모셨는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로 발령이 났다.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뜻이 아닌가 싶다. 공직을 떠나서도 계속 경기도에서 살 것이다. 현재 은퇴하고 살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Q 공직자 박수영의 꿈과 인간 박수영의 꿈에 대해 말해 달라.

A 공직자로서 경기도에서는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다 올라간 것이다. 국무조정실장을 한번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너무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다들 기피하지만 난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하면서 종합행정을 해봤고 많은 현안을 조율해 봤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잘해낼 자신이 있다. 민간인이 된 후에는 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미국은 정책연구소가 2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연구기관이 적다. 더 많은 정책연구가 이뤄져야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또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못 보내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다. 퇴직하면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최원재ㆍ이호준기자

사진=김시범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