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행복 지표

우리 시대, ‘행복하다!’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마다, 시대마다, 사는 곳마다 바라는 바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요즘같이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보면서 갑작스럽게 우리 시대의 행복 지표가 무엇일지에 대하여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난 2월 한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서 중산층의 기준이 발표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의 몰락’이 자주 회자된다.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은 부채가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해야 하고 2000cc급 중형차를 몰면서 월 급여 500만원 이상을 벌고 예금 잔고는 1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1년에 최소한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중산층이란다. 이러한 경제적인 조건은 OECD가 제시한 4인 가족 기준 월 가처분소득(4인 가족 기준) 354만원에 자산 2.5억원도 훌쩍 넘는 수치이다.

이 조건이라면 우리사회에서 중산층의 몰락은 매우 크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게도 한 이유는 현실보다 높은 경제적 기대 수준이라기보다는 중산층의 기준이 모두 경제적 능력으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메카인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기준이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미국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제시된 중산층의 기준을 열거해보면,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도울 줄 알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수 있는 그러면서 비평지 하나 정도는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것이 중산층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영국 사회의 기준도 제시하면, 중산층의 제1 조건은 페어플레이(fair play)를 하고 자신의 신념이 있고 주장을 가지면서 그러나 독선적으로는 행동하지 않고 불의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줄 알고 강자에 대응하면서 약자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어디에도 경제적 수입만으로 중산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조건은 없다. 한 사회의 근간이자 기둥의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될 수 조건이 이렇게 다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행복이라는 주제로 돌아가자. 우리사회 중산층의 조건처럼 경제적인 조건만으로 행복이 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되묻는다.

매일 일상의 삶에서 쏟아지는 뉴스의 절반 이상은 불행과 불의에 관련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가끔씩 따뜻한 미담이나 에피소드가 전해지면, 나도 모르게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곤 한다. 또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호의를 받게 되면 겸허해지면서 감사해지곤 한다.

나에겐 소중한 가족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있으며, 지붕 아래 평안하게 쉬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했던 어느 만화 주인공의 행복 지표도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송민경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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