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외갓집체험마을 김주헌 촌장
“바람에 일렁이는 너른 들녘과 송어들이 뛰노는 물맑은 냇가, 보석처럼 빛나는 반디불이 등 어렸을 적 고향의 풍광들을 즐기시려면 저희 체험마을로 오세요. 덤으로 넉넉한 시골 인심도 듬뿍 드리겠습니다.”
경기도의 오지(奧地)인 양평에서도 ‘깡촌’인 청운면 신론리 갈기산 자락에 위치한 외갓집체험마을의 김주헌 촌장(47)은 해마다 봄이 오면 결혼을 앞둔 새색시처럼 마음이 설렌다.
겨우내 뜸했던 체험객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면서 준비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 촌장이 외갓집체험마을을 처음 꾸린 건 태극전사들의 잇따른 승리에 환호하던 붉은악마들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2년이었다.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많이 걱정하시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그런데 벌써 올해가 햇수로 13년째가 됐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면서 당시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인 ‘그린 투어리즘’이라는 농촌관광 컨셉을 창안했던 그였기에 처음부터 어려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초창기 그에게 닥쳐온 역경들은 만만찮았다.
처음에는 달랑 건물 한채와 채마밭이 전부였지만, 비가 내리나 눈이 내리나 아랑곳하지 않고 발품을 들이면서 잔디운동장, 느티나무쉼터, 황토방, 장독대, 유기농체험농장, 전통농가체험장, 오리논, 잔디운동장, 물놀이장, 국궁장, 족구장, 야외무대 등을 갖춰 나가면서 찾는 이들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난해의 경우 1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까칠한 도시인들은 물론, 식성이나 잠자리까지 낯선 외국인들을 매료시킨 비결은 프로그램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초가집 짓기 △농촌음식 쪄먹고 구워먹기 △모심기 △장작패기 △전통방아찧기 등은 기본이고 △귀틀토담집 짓기 손두부 만들기 △강냉이 튀겨먹기 △송어잡아 구워먹기 △물지게 지고 달리기 △새끼꼬기 등 도시민을 매혹시킬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줄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단 몇 분만에 끝나지 않고, 훨씬 섬세하고 구체적인 과정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이 다른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옥수수나 감자 등을 팔아 근근히 연명하던 인근 마을도 이같은 소식에 농촌을 등지던 젊은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되돌아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농촌의 미래전략은 농산품을 파는데 있는 게 아니라 과정을 팔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강산이 한차례 바뀌면서 이같은 마인드가 열매를 맺은 셈이다.
지난해부터 청운면 주민자치위원장도 맡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른 김 촌장은 “잃어버렸던 외가의 훈훈한 추억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평=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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