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인성교육 진흥법의 함정

지난해 12월 29일 여야 의원 100여명이 공동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여 2015년 1월 20일에 제정 공포되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먼저, 올 7월부터 전국의 초·중·고에서 인간다운 품성과 역량을 기르는 인성교육과정이 의무적으로 편성 운영되어야 하고, 교원양성대학들은 관련 과목을 필수로 개설 운영해야 하며, 현직 교사들은 일정 시간 이상 인성교육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또한, 인성교육진흥위원회가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설치되고, 국가와 지자체는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평가해야 하며, 인성교육 관련 예산을 편성,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인성교육 진흥을 위하여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거나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는 자에 대하여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인증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육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학교 현장에서도 청소년들이 협동심과 배려심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입시위주지식위주의 교육을 탈피해 다양한 인성교육이 실시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는 모처럼 여야 의원이 일치단결해서 발의하고 통과시킨 이 법안이 공교육에서 인성교육 관련 노력과 논의들이 교과 이기주의나 활동 중심 프로그램으로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도구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 법안이 안고 있는 몇 가지 함정을 살펴보자.

먼저 인성교육에서 인성에 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인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학교 현장에서도 인간의 고결한 품성과 인격의 측면에서 정의되고, 상담과 생활지도의 장에서 제기되는 아동과 청소년의 부적응 행동이나 폭력적 일탈 행위와 관련하여 이해되기도 하고, 또는 봉사활동의 실천적 체험 활동 등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법안이 핵심가치와 덕목을 중심으로 인성을 정의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이해는 기존 학교교육과정에서 도덕 교육의 관심사와 일치하고 있다.

도덕교육이 인성교육의 내포(內包)가 된다면 학교교육에서 도덕교육의 강화를 통하여 인성교육이 실천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인성교육을 핑계로 다른 교과 시간이 강화되거나 교과활동과 성격이 전혀 다른 창의 체험활동으로 인성교육이 대체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다음으로 인성교육 예산을 편성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은 우리가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듯이 예산에서 인성교육 예산이 독립적으로 편성되지 않는다면 결국 교육 예산 편성, 배정의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선전 효과가 큰 교육정책(예; 무상급식 등)으로 인해 학교의 다른 중요한 교육활동이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졌던 예는 최근 몇 년간 우리가 겪어온 정부 예산 편성, 운용의 경험이다. 인성교육 때문에 학교의 다른 교육활동이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비교육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독립 예산으로 편성된다 하더라도 인성교육과 전혀 관계없는 단체나 사람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인성교육의 활동가들로 자처하며 국가 예산을 눈먼 돈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를 감시, 감독하는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성 교육 프로그램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 인증제도는 자칫하면 관련 분야 사교육(私敎育) 산업의 주요 아이템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다.

오히려 교원양성대학이나 교육대학원 관련 전공을 중심으로 자격 인증 과정을 개설하여 공식적인 학교제도 안에서 인증 문제가 다루어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고대혁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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