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양보와 배려, 교통안전 선진국 진입의 열쇠

두 명의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둘은 공범이며 경찰은 각각 취조를 진행한다. 용의자들은 서로 의논을 할 수 없어 답답하다. 경찰은 둘을 회유하기 시작한다. 네가 자백하면 네 죄는 묻지 않겠다.

둘은 혼란에 빠진다.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범행을 부인하면 모두 극히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자백하면 난 무죄고 공범은 무거운 형량을 받는다. 결국, 이들은 모두의 후생을 함께 증가시킬 수 있는 ‘부인’이라는 전략을 제쳐두고 ‘자백’을 선택한다. 둘 모두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는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50년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의 연구(Flood & Dresher, 1950)에서 시작된 이래 사회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에 나쁜 결과를 야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는 우리가 매일매일 경험하는 교통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빨리 가고자 재촉하는 경적소리나 난폭한 추월운전 등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처럼 도로 위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행동은 본인은 물론 이용자 모두의 후생을 떨어트릴 뿐이다. 양보와 배려는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안내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경찰은 전국 상습정체 교차로에서 꼬리물기 집중단속을 벌이고 그 효과를 측정했는데, 단속기간 동안 전년 동기간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는 27%, 부상자는 38% 감소했다. 단속지점 중 세 곳을 선정해 평균 주행속도도 비교했다. 출퇴근 시간은 평균 5~10분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죄수의 딜레마를 회피하기 위해 서로의 신뢰가 필요한 것처럼, 안전한 도로는 구성원의 배려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선진국은 이미 초등학교부터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추기 시작할 때부터 교통안전 습관을 몸에 체화시키는 것이다.

교육 방식도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소통과 공감에 바탕을 둔다. 왜 기초질서를 준수해야 하는지 혹은 교통사고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나 혼자만이 아니라 상대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유도해 함께 균형을 이뤄나갈 때 모두의 후생이 극대화됨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은 양보운전(Defense Driving)을 ‘상대 운전자의 실수를 안전운행으로 유도하고 이끌어 주는 것’으로 보다 넓게 정의한다.

안타깝게도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초등학교 교통안전 교육은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교통안전 의식을 확립한다면 교통안전 의식개선은 물론, 시설 투자와 제재·단속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 부담도 함께 감소시킬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내가 배려 받아야 하는 소중한 인격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이 존중받을 권리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부터 시작된 배려가 또 다른 배려를 유발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화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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