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1.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장
인천은 ‘구텐베르크 성서’가 출간된 1450년보다 200년 이상 앞선 1234년 강화에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금속활자로 조판하고, 1890년대는 근대적 활판인쇄물과 전국 신문을 발행할 정도로 깊은 출판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인천지역 문화계는 이 같은 출판 역사와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접목시켜 인천이 영원한 책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범 인천 차원의 관심과 노력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 기획 보도의 자문위원인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 김창수 센터장, 인천시의회 이한구 문화복지위원장,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김상훈 교수, 도서출판 지식노마드 김중현 대표 등 4명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책의 수도 인천’이 풀어야 할 과제와 비전을 조명해 본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기회로 인천이 명실상부한 책의 도시로 자리 매김해야 합니다.”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 김창수 센터장(문학박사)은 “‘유네스코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통해 생활과 함께하는 책의 도시 인천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박사는 인천시가 지난해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비전전략 수립용역’의 연구 책임을 맡아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Q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선정을 계기로 인천이 나가야 할 길이 있다면.
A 책의 수도 인천에서 책의 도시 인천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책 읽는 도시 생태계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의 수도가 유네스코의 연중(2015년 4월23일~2016년 4월22일) 진행하는 공식행사라면, 책의 도시는 전 시민이 책을 읽고 생활화하고, 출판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인천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책의 도시로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Q 책 읽는 도시 생태계 조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A 시민과 인천시, 지역 문화 관광, 출판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고 상생하는 선 순환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책 문화의 제도적인증제도를 활용하는 일본 교토시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교토시는 시민을 대상으로 지역문화와 관광, 역사 등에 대한 검정시험을 10년째 실시하고 있다.
매년 1만여 명의 시민이 응시하고 있으며, 교토시는 시험 등급(1·2·3급)에 따라 연구소 특채 등 취업 혜택 등을 부여한다.
검정시험을 통과한 택시기사에게는 교토시 지식인증 검증 마크를 부여한다. 교토시가 인정한 문화관광 해설 택시가 되는 것이다.
전 시민의 문화 관광 해설사 화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관광객의 증가로 이어진다. 시민은 시험을 치르려고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지역 문화와 관광지식을 익히고,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발견한다. 교토시는 매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고, 관광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지역 출판업계는 증가하는 검정시험 도서 발간을 통해 매출 신장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지자체의 책 문화 유도 정책→시민참여→지역경제 활성화→지자체에 대한 시민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교토시의 이 같은 책 문화 프로그램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도 꼭 한번 시도해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Q 책 소외계층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책 문화를 확산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A 이번 책의 수도 인천을 계기로 그동안 책으로부터 소외된 시민에게 다가가는 책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투병생활을 하거나 신체장애 등 원천적으로 책에서 소외된 계층에게는 방문해서 책 읽어주는 서비스나 오디오 북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생업 때문에 책을 접하기 쉽지 않은 일반인에게도 출퇴·근 버스나 택시, 지하철 등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책을 듣거나, 책 읽어주는 택시·지하철·버스 서비스 등 생활 속으로 찾아가는 책 문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인천에 오면 택시를 타도,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책을 듣는다. 즉 생활 속 책 읽기 도시 인천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프로그램은 책의 수도 일회성 행사가 아닌 문화 복지 차원에서 영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Q 책의 수도 행사가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은.
A 책의 수도 행사는 출판인과 저작권 활성화 등을 주요 목표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출판계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우선 이번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 대형 출판업체를 중심으로 출판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가 필요하다. 인천지역 출판계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Q 출판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인천이 책의 수도 행사만으로 출판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한가.
A 물론 인천이 종이출판 시장에 진출하기는 시기적으로 늦었고 어렵다. 그러나 전자출판 시장에 대한 선점적 관심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출판계는 전자출판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 상거래 포털인 아마존은 50%, 일본·유럽 등은 20%가량을 이미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전자책 비중이 2~5% 정도의 시작 단계로 진출하기 좋은 기회이다. 특히 인천의 전통산업인 제조업이 침체된 지금이야말로 전자책 산업을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적기이다.
인천은 타 시·도에 비해 수준 높은 ICT(정보 통신 기술)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과 가까이 있어 디자인 등 전문분야 연계 협력도 가능하다.
전자출판 인력은 국가적으로도 양성 초기 단계에 있다, 인천이 먼저 나서 대학 학과와 전자출판 아카데미 개설 등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전자출판 활성화는 대학교 취업률이 가장 낮은 인문 예술분야의 고용 효과를 유도, 청년실업률 해소 방안도 된다.
Q 행사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의 관심이 낮고, 정책적 준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 책의 수도 행사 준비 면에서는 우선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 구성과 홍보 강화가 시급하다. 책의 수도 행사에 이어 책의 도시로 가려면 시청 내에 책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해 준비해야 한다.
특히 책 문화는 산업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문화 발전 측면으로 나뉠 수 있어 시청 조직 내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산업담당 부서는 전자출판이 산업의 한 분야에 그치기 때문에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담당 부서는 전자출판이나 책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인천 문화 산업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지만, 인천의 미래 먹을거리 8대 전략 산업에는 빠져 있다.
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 활성화 효과도 있어 문화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인천시가 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근대문학관에 책 분야 업무를 확대하거나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유제홍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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