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가 집행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전 ‘부시장에게 업무보고한 내용 그대로 의회에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집행부와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시의회는 기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업무보고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집행부는 올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시의회에 양해와 협의를 구하고 사업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해 시의회에 업무보고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산시의회는 임시회를 개회하고 지난 30일까지 4일동안에 걸쳐 올해 추진될 각종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상임위별로 받았다.
하지만 현재 집행부가 시의회를 상대로 실시한 업무보고는 과연 업무보고인지 아니면 행정사무감사인지 모호하다.
특히 이번 업무보고를 앞두고 부시장에게 보고한 내용을 시의회에 제출해 달라는 요구는 조금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발감이 팽배하다.
또 일선 현장에서 동민들과 함께 해야 할 25개 동장들이 업무보고를 위해 상임위에 배석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업무보고와 관련된 답변을 하거나 설명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그냥 시간만 허비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올해 진행될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에 공직자들은 답변자료를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업무보고와 전혀 관련이 없는 민원성 내용을 질의하거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질문을 위한 질문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지방의회의 역사만큼이나, 높아진 시민들의 수준만큼이나 이제는 업무보고도 그에 어울리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집행부에 대한 잘못은 시의회 고유의 권한인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날카롭게 지적하면 된다.
이제 막 새해의 업무를 시작하려는 출발점에서 시의회가 집행부를 상대로 감놔라 배놔라 간섭을 한다면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김이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무보고가 좀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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