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어느 공무원의 퇴임사

지난해 12월 말 있었던 화성시 명퇴공무원의 퇴임사가 여전히 공직사회에 여운으로 남아 회자되고 있다.

36년간의 공직을 마감한 황모 사무관의 퇴임사로, 공개된 것이나 비공개된 것 모두 그 내용에 후배 공무원들이 비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토박이였던 그는 퇴임사를 2가지 내용으로 작성했다. 하나는 현장에서 읽었고 또다른 한장은 갈무리했지만, 그 내용은 내부 전산망을 통해 암암리에 퍼졌다.

그는 우선 읽은 퇴임사를 통해 “불공평한 탕평인사와 인형 놀이에 움직이는 꼭두각시 노릇은 없어야 한다”며 인사와 관련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제부터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리겠다”며 시작된 퇴임사에서 그는 “건축과장으로 근무 당시 인허가와 관련, 표적조사를 당해 국가가 인정한 공무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같이 근무했던 팀장은 동탄면 중리의 토지 불법형질변경 사실을 적발해 3번 계고장을 발부해도 원상복구에 불응하자 고발조치 했는데, 행위자가 동탄지역 유지로 모 의원과 고향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겨다니다가 끝내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두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장의 퇴임사에는 화성시 청렴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 아닌가요? ’라는 반문으로 시작된 퇴임사에서 그는 ‘과장, 팀장이 말을 안 들으니까 실무자한테 직접 용역은 어느 업체에 줘라, 어느 업체에 하도급 줘라는 식의 전화가 윗선에서 온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물었다. 말 안들었다고 본청에서 근무하다 다른 부서로 쫓겨간 직원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황 전 사무관의 퇴직 이후 공직내부에서는 도대체 어떤 용역이고, 지시는 누가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팽배하며 뒷말만 무성하다. 심지어 용역 계약이 성사돼 사정당국의 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미수에 그쳐 아쉽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돈다.

‘이쯤 되면 수장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 반문은 황 전 사무관이 정든 공직을 떠나면서 화성시에 남긴 마지막 부탁이 아닌가 싶다.

화성=강인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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