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자치 위기] 할일은 많고… 돈줄은 마르고…

정부사업 뒤치다꺼리… 풀뿌리 교육사업 길을 잃다

▲ 지난해 12월17일 대전 누보아트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긴급총회에서 시?도교육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들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 예산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키로 손을 맞잡았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교육자치 24년. 지난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정 이후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성장해 온 지방교육자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

3~5세 누리과정과 초등학생 돌봄교실 확대 등 교육복지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가고 있는 반면, ‘교육재정’은 현실에 가로막혀 악화일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비 등 각종 교육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줄이는 등 긴축재정 운용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교육 현장 곳곳에서의 부작용도 벌써부터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지방교육자치의 발전은 곧 지방교육재정의 확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위기의 지방교육재정 타계책은 어디서부터 찾아야할까?

■ 경기 교육재정의 현주소

경기도교육청의 올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은 인건비 7조3천804억원, 학교기본운영비 8천418억원, 무상급식비 4천187억원 등 11조7천649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도교육청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보통교부금은 7조8천987억원으로, 도교육청의 예산 재원은 중앙정부가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67.1%에 이른다.

또 자치단체 법정전입금 1조9천497억원(17%), 지방채 1조2천92억원(10.3%), 자체 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도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11조에 달하지만 필수 예산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

이런 예산규모로는 중앙정부 사업을 수행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늘어나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벅차다.

■ 지역특성 외면한 ‘정부 교부금’

경기도 교육은 다른 시·도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 처해있다. 도 학생수는 184만7천876명으로 전국 학생 713만4천여명의 26%에 달하며 가장 많은데 반해 교부 비율은 20.9%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불합리한 교부 비율의 폐해는 곧 도내 학생과 교육 현장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시·도교육비특별회계 결산액 기준 도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54만원으로, 전국 평균 689만원보다 135만원 적다.

내년도 학생 1인당 교부금은 576만원으로 올라가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치 697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교원 수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1만4천624명(전국의 23.6%)에 달하지만 인건비 부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건비는 지난 2012년 6조8천764억원, 2013년 7조3천361억원, 2014년 7조5천977억원, 올해 7조8천962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로부터 배부 받은 인건비는 2012년 5조8천954억원, 2013년 6조2천935억원, 2014년 6조5천490억원, 올해 6조8천418억원 등 매년 평균 1조원이 부족하다.

 

▲ 지난해 12월 15일 경기도청에서 보건?수석교사 등 기간제교사들이 퇴출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는 모두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배분 원칙에서 기인한다.

교육부는 지역별 교육여건의 형평성을 맞춰 전국 17개 시·도를 5개 지역군으로 나눠 교부금 지표인 ‘보정지수’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경기도를 1지역군으로 결정, 보정지수 +2.2를 부여했고, 서울과 부산 등 7개 광역시는 2지역군(+0.7), 경남과 제주가 3지역군(-0.3), 충북, 충남, 전북 등 3곳이 4지역군(-1.0), 강원과 전남, 경북이 5지역군(-3.5)으로 묶였다.

그러나 유일한 1지역군인 경기도는 보정지수를 기준으로 교사 1인당 전국 학생수(2014년 기준 17명)에 2.2명을 더해 교사 1인당 학생수를 19~20명으로 적용, 경기도내 교사정원이 3천명 이상 부족하게 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 등 교부금을 받지 못해 부족한 교원을 기간제 교사로 대체, 연간 5천억~1조원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 긴축 재정 위한 특단의 조치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도교육청은 재정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세출 예산 요구 대비 1조5천억원을 감액하는 고강도 세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도교육청은 우선 도내 정원외 기간제교사 1천289명을 줄여 인건비 564억원을 감축했다. 정원외 기간제 교사 인건비는 교부금으로 받을 수 없어 교육청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신규 설립키로 했던 교원힐링센터와 보건교육센터, 경기학습클리닉센터 설립을 보류하고 기존 센터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본청과 교육지원청, 각종 센터의 인력 조정을 꾀했다. 더불어 워크숍 전체 사업 재검토를 통해 행사성 연수와 대규모 일회성 행사 및 숙박, 업무추진비 편성 등을 지양했다.

특히 혁신학교 운영비 143억원을 감액, 혁신학교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도 반 토막 수준으로 줄였다. 신규교는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기존교는 7천만원에서 3천만원, 명예교는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감축한 것이다.

또 각종 용역을 통합운영하고 공무 국외여행 감축, 컴퓨터 등 행정장비 교체시기 연기,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및 폐지 등 기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도교육청의 재정악화 타개책에 대한 일선 현장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 감원에 대해 도내 수석·진로진학상담·보건·특수 등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이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현장의 혼란 등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11월 24일 도교육청 앞에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누리과정 예산 정상 편성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미래 위한 보육은 어른들의 의무라며 경기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정상 편성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기일보DB

■ 중앙정부 사업은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 중인 누리과정 등의 교육복지사업의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어린이집 3~5세 누리과정의 무상 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 5세 유아를 대상으로 시작돼 2015년에는 3~5세 전체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단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 누리과정 예산으로 7천억원 이상을 소요했고, 지난해에는 9천100억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본예산에는 8천442억만 편성됐다. 올해는 1조460억원이 소요되지만 도교육청은 이중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4.5개월분과 유치원 누리과정비 4.5개월분 4천55억원만 쪼개 편성, 6천405억원은 편성하지 못했다.

초등돌봄교실 역시 지난 2012년 1천628학급 4만2천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것에서 정부시책에 맞춰 2013년에는 3천79학급 6만5천860명으로 확대하는 등 대상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산정한 돌봄기준재정수요액에 비해 도교육청이 확보한 예산도 역부족이다.

정부 정책 사업인 누리과정과 돌봄교실 사업비를 특별교부금으로 확보해주는 것이 아닌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면서 교육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 교부금 확대해야 ‘건강한 교육자치’

경기교육의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교부금 확대가 절실하다.

도교육청의 현실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부율을 현행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27%로 5% 올려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법이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약 9조원 가량의 초·중등 교육재정을 확대하는 것이고, 도는 2조원 이상 재정 규모 확대가 가능해진다.

이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

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는 늘어나고 있는 교육재정 수요를 현재 여건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늘려줄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누리과정 시행과 관련된 시행령의 법률 위반 해소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속히 매듭지어 줄 것을 촉구하며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유보키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경기도의 특성을 감안, 학생수에 비례해 교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교부금에 대한 배분 원칙과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지방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지난 2009년께 경기도 교육재정지원 특별법 제정 움직임 등도 다시금 주목해 볼만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예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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