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육자치 위기] 재정난 수렁… 위기가 현실로…

대통령 공약사업·교육감 공약사업… 돈가뭄 부메랑

▲ 2013년 12월 10일 오전 인천 학부모 시민 비상행동 회원들이 인천시의회 현관 앞에서 중1 무상급식과 혁신교육 예산 부활을 촉구하는 100배 뜻 모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중국 고전인 관자(管子)에는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곡식을 심으면 1년 후에 수확하고, 나무를 심으면 10년 후에 결실을 보지만, 사람을 기르면 100년 후가 든든하다’라는 뜻이며, 교육을 ‘먼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이라는 의미에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인천의 백년지대계는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놓여 있다. 인천교육을 책임지는 인천시교육청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내부에서 “이러다가 교사들 월급도 못 줄 판”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다.

이제 인천의 백년지대계는 ‘교육 재정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시교육청은 물론, 인천시와 중앙정부 모두 대책 마련에 고심할 때이다.

■ 인천 교육재정의 현주소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10일 2조 7천여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1천300여 개 교육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중앙정부 이전 수입과 기타 수입(자체수입, 기타 이전 수입 등)이 지난해보다 2천300여억 원 줄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채를 통해 부족한 재정을 일부 채웠지만, 인건비·누리과정 지원비·무상급식비 등 법적·의무 경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교육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도 되지 않는다.

시교육청이 축소하거나 폐지한 교육사업은 당장 학생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 축소로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교육복지 실현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 예산을 21.6% 삭감한 데 이어 올해 다시 30%를 삭감했다.

이에 따라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 대상 유치원 23곳은 지난해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저소득층 학생 대상 건강검진 등 일부 세부 프로그램은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밖에 시교육청은 학교도서관 기본시설 확충비, 초등 돌봄 교실 운영비, 원어민 교사 사업비 등 교육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교사로 전해지고 있다. 교육 재정 위기가 교육 주체의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난이 가져온 인천교육의 위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교육청과 중앙정부, 인천시, 인천시의회는 교육 재정 위기 속에 갈등 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인 누리과정을 모두 예산에 편성하라고 시교육청을 압박하는 중앙정부, 법정 전입금 이전 여부를 두고 시교육청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인천시, 이청연 교육감 공약 관련 사업을 상당수 삭감한 인천시의회 모두 교육 재정 위기가 야기한 인천교육의 현주소이다.

 

▲ 2013년 10월 28일 오전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와 교육희망학부모회는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는 지방교육세 등 법정 전출금 538억 원을 시교육청에 즉각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장용준기자

■ 국고·지방비에 의존하는 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재정의 95%는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인천시가 시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 이전 수입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고와 지방비에 의존하다 보니, 시교육청은 지방교육의 특수성 및 독립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교육의 자율권 제약은 물론, 효율성 저하까지 가져와 부족한 교육 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2조 2천억 원, 초등 돌봄 교실 6천600만 원을 반영하지 못해 필요 재원을 전부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당장 시교육청은 중앙정부로부터 지난해보다 2천300여억 원 줄어든 규모의 보통교부금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2천700억 원(실소요액 기준)에 달하는 누리과정 사업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로부터의 재정 지원도 녹록지 않다. 시교육청이 시로부터 받아야 할 이전 수입금은 법정 전입금과 학교용지부담금을 합쳐 800여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시는 자체 재정난을 이유로 이전 수입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지난 2012년 시교육청의 한 고위 공직자가 시의회에서 “시로부터 이전 수입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당장 교사들 인건비도 못 주게 된다”며 눈물을 보였던 상황이 다시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시교육청의 재정난은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이지만, 국고와 지방비에 의존하는 시교육청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대책을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인건비·채무상환비 등 법적·의무 경비가 매년 1천억 원 이상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시로부터의 세입 예산 증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시교육청은 불필요한 교육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해 필요 재원을 확보해나가고 있지만, 그 한계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노후화된 학교시설이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고,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학생들이 손과 발을 비벼가며 공부해야 하는 인천교육의 암울한 미래를 막으려면 지금의 교육 재정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 교육 재정 위기 해법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인천교육 재정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조정, 누리과정·돌봄 교실 등 교육복지사업 전액 국고보조금 지원, 교육에 대한 시의 책무성 증대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우선 시교육청 재정의 70~80%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부담 비율 조정이 시급하다.

지난해 7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재정교부금법의 내국세 부담 비율을 현 20.27%에서 25.27%로 5%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내국세 부담 비율이 5%만 증가하더라도 시교육청은 5천억 원 이상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이 정도면 폐지되거나 축소된 500억 원 규모의 교육사업을 전부 부활시킬 수 있고, 중학교 무상급식은 물론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 사항이기도 한 고교 무상교육도 일부 실현할 수 있다.

또 누리과정 등 중앙정부 시책 교육복지사업을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올해 시교육청은 교육사업 1천300여 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누리과정 지원비 1천130억 원을 예산에 편성했다.

실소요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누리과정 지원비가 교육 재정 위기를 가져온 주요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 2013년 12월 16일 오전 제220회 정례회 제6차 본회의가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 의원이 시민단체가 본회의장으로 날린 종이비행기를 펼쳐보고 있다. 장용준기자

이미 누리과정 지원비는 지난 2012년 1천22억 원 규모에서 올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또 내국세 증가율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많이 늘어나기도 어렵기 때문에 누리과정이나 돌봄 교실 등 중앙정부 시책 사업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증대해 교육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책무성을 강화하고, 시와 시교육청의 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전 수입의 불규칙한 지급을 막고자 시교육청에 조세 부과 및 징수권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도 교육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교육 재정 위기 속에 학생·학부모·교사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시교육청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년 재정난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인천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인천교육을 위해 시교육청과 중앙정부, 시가 교육 재정 위기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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