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희건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수석부회장

“공단폐쇄 사태 후유증 여전… 北 임금인상 보류 마땅”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첫 출하를 시작한지 지난 15일로 10년이 됐다.

개성공단은 양적성장과 함께 남북 경협의 기본적인 경제 활용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개성공단 폐쇄 사태 이후 입주기업들은 제자리를 찾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0일 북한이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삭제하는 등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입주기업들은 북한이 통보한 노동ㆍ세금 규정의 개정에 대해 보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입주기업들은 노동규정 개정은 물론 상시통행, 인력부족 등 현안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측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이희건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수석부회장(60ㆍ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지역 회장ㆍ(주)나인 JIT 대표이사)을 만나 개성공단의 10년을 돌아보고 미래의 모습도 들여다 봤다.

Q 지난 4월 공단 폐쇄 사태를 겪었다.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지금은 어떤가.

A 사상 초유의 공단 폐쇄 사태를 겪으면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5개월 넘게 공장이 멈춰 납기를 맞추지못해 발생한 손실과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손실, 복귀직원 임금과 거래처의 클레임(배상) 청구 등 유형적인 피해와 영업권 차단, 계약파기, 거래처 불신 등으로 인한 무형적인 피해까지 합치면 산정조차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아직까지 그 여파로 인해 영업정상화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중단사태로 인한 경영악화로 신용 및 자금지원 여건이 이전보다 불리한 상황이어서 경영정상화가 될 때까지 (이전상황 회복)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더욱이 최근 임금 문제는 정부가 나서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Q 올해가 개성공단 가동 10년째인데도 아직까지 정치적 리스크를 털어내기에 역부족이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A 외국기업 유치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들 외국기업들이 정치적 안전판 역할을 하게되고 국제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최근 한ㆍ중 FTA 타결로 인해 투자유치와 외국판로개척방향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13억 중국시장이 경제적 상황과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개성공단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개성공단의 국제화의 돌파구가 되도록 정부와 입주기업들의 협력체계와 인프라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Q 개성공단에 입성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섬유 제조업종은 1988년 올림픽 개최이후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으로 국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중국 역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 고품질의 노동력과 저임금이 있는 환경을 찾던 중 섬유업계에서는 개성공단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2006년 입주신청 당시 4대1의 경쟁률로 입주에 성공했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로또를 맞았다”고 할 정도로 개성공단은 섬유업계의 유토피아와 같았다.

가장 유리한 조건은 저렴한 인건비였고 그외 육로를 통한 기동성, 조세혜택, 전략적 입지조건이 충족되는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정부를 믿고, 통일을 염원하며 이곳에 입성한 이유도 결정사항에 가장 큰 요인이었다.

 

Q 개성공단 공동브랜드 ‘시스브로(SISBRO)’에 정부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A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80% 이상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품) 업체로 남북 경색국면 때마다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는 등 많은 어러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중단상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성공단의 공동브랜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결국 7개 회원사가 공동브랜드 ‘시스브로’를 만들게 됐다. 시스브로를 통해 각 업체의 자생력을 키우고, 남북 경색 국면에도 안정적인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유통쪽으로 속도가 나도록 정부와 연계해 국내유통, 수출쪽으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Q 공동브랜드인 시스브로가 남북한의 민족브랜드를 표방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기존 패션 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A 국내 패션시장은 여러 글로벌 명품과 유니클로, 자라 같은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그리고 대기업 패션브랜드가 주름을 잡고 있다. 거기에 값싼 동대문표 의류가 난립 중이다. 좌우, 상하를 뒤져도 파고들만한 틈새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브로의 슬로건이 있다. 바로 ‘좋은 품질을 착한 가격에 팔겠다’는 거다. 개성공단이기에 가능한 목표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있는 어느 공장보다 개성공단은 생산성, 인건비, 이직률, 불량률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유럽의 명품 장인 부럽지 않다. 시스브로는 제품이 아니라 명품에 가깝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업체들은 브랜드 마케팅에 약하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함께 손을 잡고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스브로는 경기도섬유산업연합회 등과 손잡고 좋은 소재를 발굴하는 한편 최근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전문컨설팅을 통해 시스브로만의 이기는 마케팅을 구축중에 있다.

브랜드로서의 체력을 키우는 일말고도 이미 시스브로는 내수는 물론 한중FTA타결로 중국시장 진출까지 판로개척에 공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은 국내 대형마트 진출과 함께 중국에 시스브로 지속가능한 전시장을 마련해 중국유통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한류 상품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뺏을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Q 역경 속에서 론칭한 시스브로의 미래가 궁금하다.

A 시스브로는 최근 한·중 FTA 체결이 되면서 분홍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 협상에서 역외가공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중소기업 제품들의 중국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FTA 타결로 대외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개성공단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스브로가 머지않아 한국산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중국 시장 내 연착륙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물론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생산기반을 구축해 온 국내외 기업들의 개성공단 입주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진출을 노리는 외국계 기업의 유입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개성공단이 이번 한·중 FTA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이유다.

Q 최근에 벌어진 사태에 대해 해결점을 찾아야 할텐데, 어떤상황인가.

A 현재 북측 정책들의 변화와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나올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10년 5ㆍ24 조치처럼 개성공단 역시 남북관계의 근본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부적으로 근로자 공급부족과 근로자에 대한 인사, 노사관리 등의 통제권이 부족하고 3통(통신, 통화, 통행) 문제가 아직 미해결 상태이며 원산지 문제로 인한 수출제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재 125개(1사 폐업) 입주기업이 100% 가동 시 현 상황에서도 2만명 내외의 인력부족이 생기고, 추후 1단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10만명의 노동력 부족현상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의 개성공단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률제한이라는 악재는 개성공단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Q 북측 요구대로라면 입주기업들의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건가.

A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에 식비와 교통비 등을 포함하면 1인당 월 260달러로 북한이 만일 기본급을 300달러로 올리면 실질임금은 400달러로 치솟는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한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Q 정부와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많을 거다.

A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통일대박이 먼저 개성공단의 안정화, 국제화를 통해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북측과 계속적인 협상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 동시에 개성공단의 기업에게는 적극적 지원체제를 현실에 맞게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국민들도 남북의 밝은 미래의 불씨인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그 응원에 힘입어 남북이 함께 작업하는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대담 = 최원재기자

사진 = 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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