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관고전통시장
이천 관고시장에서 손님 부르는
할머니 소리에
4월은 온다
(중략)
이천 사람 서울 사람 여주 사람
안 가리고 다 맞이하고 불러들이는데
하나씩 둘씩 삼삼오오 그 많던 손님들은
오늘은 다 어디로 갔나
하루는 레코드판 노래처럼
천천히 돌아가는데
관고시장에서 떨이를 외치는
할머니의 푸성귀는
설봉산 채전에서 길러진 것
설봉산 신록을
몽땅 오천 원에 떨이한다.
박석근 「설봉산」 일부
■ 빛바랜 사진처럼 사람냄새 간직한 시장
이천 관고전통시장(상인회장 김기철)을 찾아가면 사람 냄새가 그윽하다.
여느 전통시장이 마찬가지겠지만 관고전통시장은 이천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더더욱 사람사는 세상이 담긴 한폭의 그림 같다.
이 때문인지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시장 캠페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쾌적한 쇼핑환경조성 및 소비자만족도를 위한 ‘2014년 온 국민이 단골되는 매력 넘치는 시장 만들기 캠페인’에서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지난 2009년부터 이천시가 추진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등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쾌적한 쇼핑환경 조성사업에다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함께 진행돼 결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철 상인회장은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 설치, 공중화장실 조성 등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준 이천시에 감사하며 이번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천의 역사와 함께 ‘흥망성쇠’ 거듭
이천관고전통시장이 직접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로 지역사가들은 파악한다.
1960년대 후반, 지금의 중리천로 관고시장입구의 좌측 놀이터자리에 원산집ㆍ군산집 등의 술집과 쌀과 옷감을 파는 상점 등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69년 이천시가 그 자리에 공원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낡은 건물은 모조리 철거됐다.
하지만 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빈터였던 자리에 하나 둘 노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이는 당시 버스차부(버스터미널)와 인접,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장사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1979년 이천중앙시장(중리동 213번지)이 상가분양에 나서면서 지역내 새로운 상권으로 부상했고 동시에 지금의 동성약국 골목을 중심으로 이천공설시장이 설치되면서 관고시장은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급기야 1984년 기존의 차부가 폐지되고 이천중앙시장 옆으로 이천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서게 되면서 관고전통시장은 존폐 위기를 맞았다.
관고전통시장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흥망을 거듭하며 지금의 중리천로와 맞대고 있는 골목의 몇몇 상점만 겨우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 갔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위기 극복 탈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독자적인 자구책을 마련해 갔던 것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으로 시장상인들이 완공한 그늘막 설치사업을 꼽을 수 있다. 비나 눈 같은 날씨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열악한 시장환경을 개선해 가기 위한 의지의 발로였다. 기존의 점포별로 난립하던 간이포장을 철거하고 하우스대를 이용, 지금의 아케이드지붕과 비슷한 그늘막을 설치한 것이다.
■ 침체기 넘어 ‘제2의 변화’ 도약기 맞아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본을 앞세운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할인마트 등장으로 전통시장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관고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을 만들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고전통시장은 제2의 변화를 모색한다.
이런 과정에서 이천에서는 장호원전통시장(2004), 사기막골도자기시장(2006), 그리고 관고전통시장(2007)이 정식으로 인정시장등록을 마쳤다.
이를 계기로 전통시장 지원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이던 관고전통시장 점포의 간판은 깔끔하게 정비된다. 이후 조형물 설치공사와 도로정비 공사가 진행되면서 도약기를 맞는다.
2010년 2월, 기존의 그늘막은 걷어지고 이천시의 지원을 받아 이천관고전통시장에 현대식 아케이드지붕이 설치됐다.
2012년에는 현대식 화장실을 완공하는 등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쾌적한 쇼핑환경이 조성됐다. 물론 온누리상품권 발행, 시장상인 교육, 시장에서 펼쳐지는 각종 문화공연 등 내부적 변화도 병행됐다. 이에 지금은 과거 영화를 되찾으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 이천시, 시설 현대화·경쟁력 강화 ‘총력전’
이천시는 지속적 경기침체로 서민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절실함을 느꼈다. 이때부터 소상인보호 및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올인하면서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게 된다.
주요내용은 우선,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및 경영지원사업 추진이다. 관고전통시장 공중화장실 조성공사를 비롯 관고전통시장 아케이드 패널보강공사를 완료했다.
또 고객맞이 사은행사, 세일데이, 어린이날기념 이벤트행사 등 전통시장 이벤트 지원에도 사업비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례제정을 통한 대형마트ㆍSSM 의무휴업일 자율지정 운영 등으로 상가보호 및 상권활성화를 꾀해 나갔다.
특히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판매촉진을 위한 세일즈 활동도 돋보였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종사자수 50인 이상인 관내 기업체를 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구입 운동을 벌였다. 또 공무원 복지포인트 활용 온누리상품권 구매활동도 병행, 올해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44% 증가세를 보였다. 괄목할만한 성과다.
이천시 기업지원과 김재홍 과장은 “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만들기에 주력하면서도 지역 상권보호사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모두가 함께 상생, 소통하는 상권을 조성하면서 특히 전통시장이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천=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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