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안전불감증’의 불감증이 두렵다

또 안전사고다! 이번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알려진 이 사고는 공연을 구경하던 시민들이 주차장 환풍구가 붕괴하면서 공연 관람객 20여명이 10m 아래로 추락한 사건이다. 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 대하여 기사뿐만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사고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었던 문제는 사고의 책임이 누구인가로 수사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 사고 직후 가장 먼저 다가온 문제는 “내가 안전한가?”이다. 한참동안, 땅이 꺼지는 문제로 길을 지나갈 때면 땅만 바라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늘어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환풍구가 주저앉아서 발생한 사고라고 하니까 한풍구라면 “어떤 환풍구인지?”가 주요 물음이었다.

즉, 환풍구라고 하면 지하철 환풍구를 비롯해서 각 대형건물을 지나갈 때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철재로 된 환풍구이기 때문이다. 보도블럭과 같이 설치되어 있거나 지상으로 올라와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평균 키를 크게 넘지 않는 높이를 가진 환풍구를 한국에서는 대체로 보았던 것 같다.

또한 환풍구가 동시에 두 개 이상이 설치된 경우도 많다. 지하철 입구 쪽에 큰 건물이 있으면 하나의 환풍구는 보도블럭과 같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1m 정도 높이로 지하철 입구 가까이에 설치되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내가 환풍구 위치를 주위 깊게 보와 왔던 이유는 위험해보여서였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이후 어딘가에는 지하철공사가 있었다. 지하철공사가 끝나면, 어딘가에는 철재로 된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파트 붐이 일어나면서도 건물들이 대형화되었고 건축공사가 끝나면 항상 여지없이 철재로 된 환풍구가 설치되었다.

20대 이후에는 구두굽이 뾰족하거나 하이힐을 신을 때는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마릴린 몬로의 영화 중, 환풍구의 바람으로 로맨틱한 장면이 매우 유명하기도 하지만 내가 경험한 환풍구는 그리 로맨틱하거나 즐거웠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의 10년 가까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환풍구는 많았고 더욱 위험해보였다. 이번에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 1미터 높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왜 2m 이상의 높이가 아닌 1m 미만을 여전히 30년 가까이 고수하고자 하는지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환풍구의 기능과 역할이 다양한 데, 법 규정상 환풍구의 강도나 설치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 규정상 안전사고의 기준이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여전히 판교 환풍구 사고는 설계위반과 부실시공이 포착되고 있다. 사실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한편, 야외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왜 안전요원과 안전펜스가 배치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이자 다른 국면이다. 일상의 삶에서 ‘기우’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외형적 성장과 급속한 발전 아래 만들어졌던 우리의 습관을 고쳤으면 한다.

‘실질강건’을 모토로 성장하기에는 힘들었던 과거였다면 이제는 그 만한 여유는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다. 더 이상 사람의 목숨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제가 되어서 우리의 삶의 곳곳을 살펴보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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