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뛰어든 ‘필리핀 父情’ 눈물

아들 구하려다 중화상 치료비 조차 없어 막막

8년간 떨어져 지냈던 아들을 구하려고 불길에 뛰어든 필리핀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 포천시의 한 조립식 주택에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집에는 필리핀에서 온 30대 부모와 세남매가 곤히 자고 있었다.

가족은 ‘불이 났다’는 큰딸(13)의 얘기에 놀라 급히 밖으로 대피했으나 둘째 아들 서빈군(8)이 미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 단트리스탄(35)씨는 망설임 없이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필리핀에서 건너온 부모는 포천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느라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필리핀 할머니댁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아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 불과 4개월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커지는 불길에 아버지와 아들이 갇혀버리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집 안에서 부자를 구해냈지만 아버지는 얼굴과 몸 전체에 3도 화상을 입고 폐가 타들어가는 중상을 당했다. 또 왼쪽 손가락 4개가 잘렸다. 그는 현재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한때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빈군도 어깨와 배에 중도 화상을 입어 치료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도 근근이 살아가던 이들은 비싼 치료비 때문에 또 한 번 좌절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은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상담소에서 인터넷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사연을 올린 박은주 봉사자는 “죄송하지만 현재 있는 돈이 얼마인지 서빈 군 어머니께 물어봤는데 전 재산이 25만원이라고 하면서 울먹였다”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품이나 정성어린 후원금이 절실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후원 물품은 천주교 녹양동성당, 후원 계좌는 의정부 Exodus(농협 351-0741-5548-93).기타 문의사항은 이주노동자상담소로 전화(031-878-6926)하면 된다.

포천=안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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