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연설하고 강론하는 교황을 만나서 국민들은 잠시나마 행복했다. 교황이 던져준 메시지는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지난 16일 시복식이 있었던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카톨릭 신자가 아닌 시민들도 상당수 참가하는 등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교황의 인기를 실감했다. 잠시나마 행복했다.
# 수십만명이 모였던 서울 광화문광장은 2주뒤에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60여명은 지난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하라는 피케팅 시위를 벌인 장소로 바뀌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수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유가족 면담을 촉구하며 1년만에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도부가 2차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들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해결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세월호법에 갇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세월호 난국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26일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던 첫 분리국감은 무산됐다. 내실을 기하겠다며 첫 도입한 분리국감이 열리지 못하면서 어림잡아 10억여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쏟아지는 국감 자료 준비 등에 밤잠을 설쳤던 행정부 고급인력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감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분리국감은 열리지 않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장외투쟁하고, 집권여당은 뚜렷한 중재 역할을 못하면서도, 국회의원들 명의의 국감관련 보도자료는 연일 쏟아지고 있기때문이다.
보도자료 내기에 급급한 모습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질 의문이다.
# 18대 대선을 앞두고 일기 시작한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말로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수단으로 지적된 출판기념회에 대한 시민단체의 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출판기념회 개최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2명의 의원이 279건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경기인천지역 의원들은 80%가 출판회를 열었고, 이중 2회 이상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의원이 20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권내려놓기 말보다는 실천이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특권을 내려놓는 것보다, 민생현장을 둘러보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꽉 막힌 정국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살아나려는 경제를 정치가 움츠리게 해서는 안된다.
# 6.4 전국동시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가 지난 뒤 대치정국에 걷힌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2016년 총선까지 이렇다할 선거가 없다. 올 10월말 수십명의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장외투쟁을 이어갔을까. 새누리당은 소극적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얼마전 5명의 국회의원들이 방탄국회뒤에 숨으려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자 모두 자진 출석, 결국 3명의 의원이 구속됐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위원의 멘트가 떠오른다. 제 점수는요.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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